그래픽=김의균

한국에선 추억 속 풍경이지만, 중국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처음 만난 상대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권하는 장면이 여전히 흔하다. 이는 단순한 호의를 넘어선 일종의 문화이자 관습이다. 이때 상대가 건네는 담배 브랜드를 슬쩍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직급이나 자금력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중국 담배 시장은 가격과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한 갑에 10위안(약 2170원) 정도인 서민용부터 판다(熊猫)·중화(中华)·황허루(黄鹤楼)처럼 한 갑에 100위안(약 2만1700원) 수준인 고급 브랜드, 한 보루에 1만위안(약 217만원) 넘게 거래되는 희귀 모델이나 춘절용 특별 패키지도 있다. 이에 비해 한국 담배는 대부분 한 갑 4500원 안팎으로 브랜드 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지독하게 계층화되고 경쟁적인 담배 시장을 지배하는 주체가 ‘평등’을 기치로 내세우는 중국 정부라는 사실이다. 중국연초총공사(CNTC)는 전 세계 담배 10개 중 약 4개를 생산하는 압도적인 세계 1위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국영기업 가운데 하나로, 담배 관련 세수가 중국 전체 재정 수입의 약 7%를 차지한다. 정부는 서민에겐 저렴한 담배를 공급해 불만을 완화하고, 부유층에게는 초고가 브랜드를 판매해 국고를 채운다. 국가가 시장을 통제하면서도 가격 차별을 적극 활용하는 셈이다.

이런 방식은 중국의 대학 시스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중국 명문대들은 대부분 국립 또는 공립이지만, 내부적으론 어떤 민간 기업보다도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중국 교육부는 ‘985’ 프로젝트를 통해 39개 최상위 대학을 선정했고, ‘211’ 프로젝트로 약 100여 개 핵심 대학을 지정해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입해왔다. 2017년부터는 이를 통합한 ‘쌍일류’ 정책을 추진하며 세계 수준의 일류 대학과 일류 학과를 육성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교수 보상, 연구·개발비 지원, 학비 구조, 지역 특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차등 지원이 이뤄지고, 대학 간 경쟁은 치열해진다. 국가는 소유권과 통제권을 쥐고 있지만, 대학 구성원들에게는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며 학부모들에게는 선택의 자유를 준다. 일부 명문대 MBA 프로그램 학비는 무려 수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에선 국가가 개입하면 종종 획일성과 평등 논리가 앞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예컨대 전기나 지하철 요금은 오랜 기간 적자가 누적돼도 정치적 이유로 가격을 통제해왔다. 대학 역시 정부의 규제로 학비와 교육 과정이 천편일률적이다. 그 결과 부유층은 자녀들을 유학 보내고, 대학들은 만성 재정 문제에 시달린다. 국가가 관리하지만 선택과 경쟁은 극단적으로 열어두는 중국 방식은 언뜻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가가 통제하되, 그 안에서는 수월성을 끌어내는 중국의 국가 운영 방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