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군부는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에너지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나섰다. 국제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지난 9일 배럴당 119.5달러까지 올랐다가, 주요 7국(G7)의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에 80달러대로 반락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을 전격 공습하면서 유가는 다시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WEEKLY BIZ는 에너지 전문가인 닐 앳킨슨 전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 부문 책임자와 케빈 북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 겸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 상무이사 인터뷰를 통해 이번 분쟁이 국제 유가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짚어봤다.

◇닐 앳킨슨 전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 부문 책임자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향후 유가 전망은.

“2008년에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공급 차질에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근처까지 치솟았다. 현재 수준의 변동성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모든 것은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언제 재개되느냐에 달려 있다.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가늠할 만한 전례도 없다. 상한선은 없다고 생각한다.”

-걸프국들이 최근 잇단 감산 조치에 들어갔는데.

“‘단계적 감산’이 전면적인 생산 중단보다 낫다. 나중에 훨씬 빠르게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단계적 감산 소식이 들려왔다. 다른 국가들도 감산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해협 봉쇄 장기화가 한국과 일본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 미칠 영향은.

“봉쇄 장기화는 아시아를 비롯한 주요 경제 국가들에 악재다. 이 국가들이 비축유를 풀더라도 고통을 조금 덜어줄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특히 한국은 원유의 약 70%, LNG의 20%를 중동에서 들여오는데, 이런 막대한 물량은 비축분만으로는 장기간 버틸 수 없는 규모다.”

-분쟁이 지속되면 원유 외 다른 에너지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나.

“LNG는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 2위 LNG 수출국인 카타르는 이미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또한 해협 봉쇄로 에너지와 비료 가격이 상승하고 농산물 시장 전반의 공급 부족 위기가 커지면서 팜유 가격이 10%나 급등했다. 곡물·오일시드(유지종자) 시장도 에너지 시장을 따라 움직이며, 지난 9일 거래에서 밀 선물은 3% 넘게 올랐고 옥수수·대두 가격도 뛰고 있다."

-분쟁에 대한 전망은.

“분쟁이 조기에 종식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란은 지금까지 예상보다 훨씬 강한 회복력을 보여줬고, 다른 국가들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예상보다 컸다.”

◇케빈 북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 겸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 상무이사

-최근 국제 유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설령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오늘 풀린다 하더라도, 정유 시설 가동을 멈춘 걸프국이 이를 재개하는 데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가 걸릴 것이다. 더구나 (공격으로) 손상된 인프라가 완전히 복구되는 데는 몇 달이 소요될 수도 있다.”

-향후 유가 전망은.

“해협은 사실상 닫혀 있고, 시장은 분쟁 이전 브렌트유(배럴당 73달러 이하) 가격과 비교해 상당 수준의 공급 차질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현 상태에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더 악화된다면, 유가는 또다시 오를 것이다. 그것이 배럴당 120달러일지, 150달러일지 혹은 그 이상일지는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시장이 움직이는 속도만 봐도 지금 상황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국제 에너지 시장에 미칠 파장은.

“현재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해협 안에 묶여 있고, 걸프국들의 셧인(생산 중단)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또한 카타르 LNG 생산이 중단된 만큼, 선박 통행이 재개되더라도 해상 가스 공급 차질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4년 전 러‧우 전쟁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1%에 해당하는 러시아 화석연료 수출에 타격을 줬다. 반면에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천연가스 물량은 전 세계 소비량의 약 7%였으며, 이 중 최소 절반가량이 현재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차이에 비춰볼 때, 이번 사태가 모든 에너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받을 영향은.

“즉각적인 부족분은 해상 재고, 사전 배치된 상업적 비축유, 전략비축유, 정유 공장 가동률 감축, 그리고 최종 소비 절감 등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 바닥나면 공급 부족은 결국 배급제나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파괴, 혹은 그 둘 모두를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IEA가 전략비축유 4억배럴을 긴급 방출하기로 했는데.

“트레이더들은 4억배럴 방출을 두고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시장의 ‘안도감’이다. 고갈된 재고를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근월물과 선물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해석은 덜 낙관적이다. IEA가 전체 12억 배럴 중 4억 배럴을 풀어야 할 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는 것이다. 이는 (방출 결정 이후) 가격이 더 크게 떨어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분쟁에 대한 전망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언제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를 달성할지, 또 두 나라의 목표가 어디서 갈라질지 지금으로선 불분명하다. 이란 역시 결정권을 쥐고 있지만, 물러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정부를 향한 경제·정치적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시장은 희소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민주주의는 인기(여론)에 보답한다. 희소성은 인기가 없기 때문에 결국 어느 한쪽은 양보해야 한다.

-에너지 공급과 관련해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는.

“분쟁이 짧게 끝난다면 인플레이션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유가 급등은 단기적 공급 부족 해소에 필요한 소비 절감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고 수요 파괴가 동반된다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