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위고비로 대표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0년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가구의 15% 이상이 사용 중이며, 절반 이상이 투약 유지 의향을 밝혔다. 자녀의 투여에 대해서도 82%가 거부감을 보이지 않아 세대를 넘는 확산이 예상된다. 한국은 2025년 5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조만간 출시될 경구제는 불편함과 비용 부담을 낮춰 대중화를 더욱 앞당길 것이다.

비만 치료제의 확산은 소비 활동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코넬대가 15만 가구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복용 가구는 6개월 내 식료품 지출을 평균 5.3% 줄였고, 고소득층의 감소 폭은 8%에 달했다. 닐슨 조사에서는 초가공, 고칼로리 식품과 청량음료 지출의 감소, 과일·채소 구매 증가가 확인됐다. GLP-1 수용체가 뇌의 도파민 보상 체계에 관여해 음주, 흡연, 마약 등 중독성 행동 전반을 억제한다는 연구도 이어진다.

글로벌 식품업계는 이미 제품·브랜딩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네슬레는 2024년 비만치료제 소비자를 정밀하게 겨냥해 단백질과 필수 영양소 함량을 높인 간편식 브랜드 ‘바이탈 퍼수트(Vital Pursuit)’를 출시했다. 미국 식품회사 콘아그라, 영국 유통업체 코옵 등도 고단백·고섬유질을 강조한 GLP-1 친화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외식업계는 음식량을 줄인 메뉴를 추가하고, 스타벅스는 단백질 강화 음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빅 사이즈 의류 수요 축소, 야외·활동형 엔터테인먼트 소비 확대 등 연쇄적 효과도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K-브랜드에게 이런 흐름은 위기이자 기회다. K-푸드는 ‘먹방’과 자극적인 체험 이미지를 탈피해 고영양 건강식의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중국 기업의 빠른 추격에 직면한 K-뷰티 역시 R&D 기반 웰니스 브랜드로서 포지셔닝을 강화해야 한다. 충동과 즉각적 만족에서 균형과 지속 가능한 자기 관리로 이동하는 소비 축의 움직임을 주도할 때 K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