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뉴시스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중의원 선거 압승 이후 일본 금융시장에 나타난 움직임은 다카이치 총리 앞에 놓인 쉽지 않은 현실을 보여줍니다.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로 치솟은 반면, 채권 가격은 뚝 떨어지는 상반된 모습이었죠. 돈을 풀겠다니 주식시장엔 좋은 일이지만, 그래서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건지 따져본다면 결국 채권 발행 부담과 나라 빚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으니까요.

‘사나에노믹스’를 요약하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이라는 표현 자체는 ‘확장(적극)’과 ‘건전성(책임)’이라는 서로 모순된 재정 기조를 압축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부채 비율,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 계속되는 엔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난관을 일본은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다카이치 내각은 AI·반도체 등 성장 투자로 잠재성장률을 높여 세수를 늘리고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단기적으론 부채가 늘어도 장기 성장으로 상쇄해보겠다는 모델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선거가 잦은 나라이고, 표심(票心)은 10년 뒤보단 당장의 먹고사니즘에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책임’을 희생하고 ‘적극’을 남발하다 보면 그럴듯했던 목표는 멀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모순적 정치 수사를 현실에서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을지, 전후 일본에서 ‘가장 강한 여자’가 된 그녀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