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원 승진에서 떨어진 만년 부장 A씨는 억울함에 잠을 못 이룬다. 자기보다 능력도 모자라고, 학벌도 안 좋은 동기에 이어 새파랗게 어린 후배에게까지 승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내가 대체 부족한 게 뭐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속상한 마음에 오늘도 거나하게 한잔하고 들어간 날 밤, 아내가 한심한 눈으로 한마디 한다. “당신 푸짐한 뱃살이 문제 아니야? 요즘 대기업에서는 비만이 임원 승진 탈락 이유래. 당신도 일론 머스크처럼 비만 치료제라도 좀 맞아봐.”
‘몸매 좋은 비즈니스 리더’ 시대다. 특히 오늘날 임원은 훨씬 더 대중의 시선 속에 놓여 있으며, 항상 언론에 노출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고위직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 이제 필수 조건”이라고 보도했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조직 행동학 교수인 대니얼 케이블도 “건강해 보이는 임원이 더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시대”라며 “리더들은 특히 체중에 따라 개인의 특성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다이어트는 힘들다. 젊었을 땐 며칠 적게 먹고 강도 높게 운동하면 관리되던 몸이 언젠가부터 돌아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구독자 142만명의 유튜브 ‘닥터프렌즈’를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전문의 출신인 비만 전문가 우창윤 WIM클리닉 대표원장은 “중년 다이어트의 비결은 근육량과 호르몬 관리를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책 ‘살찌지 않는 몸’을 출간했다.
◇<1>비만 치료제 사용해도 되나?
비만 치료제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스스로를 ‘오젬픽(Ozempic·위고비 쌍둥이 약) 산타’라고 불렀던 그는 2024년에는 “마운자로로 약을 바꿨다.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더 좋은 것 같다”고 해 ‘마운자로 유행’을 이끌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몇 년 전 트렌드였던 ‘바디 포지티브(신체 긍정) 운동’이 비만 치료제 기업들의 마케팅 공세에 막혔다”며 “플러스 사이즈 열풍도 함께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우 원장은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절대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지 않아요. 심심해서 혹은 우울하고 불안해서 먹는 경우가 많죠. 이걸 ‘쾌락적 식욕’ 혹은 ‘보상적 식욕’이라고 해요.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이런 식욕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어요. 그러나 비만 치료제를 남용하면 췌장이나 쓸개 등에 문제가 생기거나 담석·담낭염 등이 발생해 치료받는 경우도 많아요. 실명하는 부작용도 있고요.”
◇<2>근육질 리더가 대세
몸매 좋은 리더가 ‘마른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타임지는 “탄탄한 팔이 새로운 지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며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다정하게 있는 모습이 포착된 인사 담당 이사의 탄탄한 팔 근육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주짓수 등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강인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근육을 만들겠다고 젊었을 때처럼 아침 공복에 단백질 쉐이크를 먹으며 무거운 중량을 들다가는 부상 입고 골병 들기 쉽다. 우 원장은 “공복 상태에서 근력 운동을 하면 몸이 근육을 만들 재료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근 생성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부상의 위험이 높다. 회복도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년에 근육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호르몬 관리가 필수다. 중년 남성들의 복부 비만이 늘어나는 것도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는 것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우 원장은 “남성 호르몬은 30대 이후 매년 약 1%씩 감소한다”며 “그러면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어나면서 체형이 바뀐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방이 늘어나면 남성 호르몬이 여성 호르몬으로 전환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뇌에서 남성 호르몬을 만들라는 신호도 약해진다. 결국 배가 나오고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체형이 되는 것이다.
◇<3>회식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그러나 매일 밤 회식에 운동할 시간도 없는 직장인에게 관리는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겹기 때문이다.
우 원장은 “회식 자리에서는 고기나 회 등 단백질을 많이 먹고 볶음밥이나 라면 등은 최대한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동할 시간 없다고 절대 굶어선 안 된다. 나이가 들면 ‘대사 유연성’이라고 부르는 능력이 떨어져, 조금만 혈당이 떨어져도 몸이 위기 상황으로 인식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과정에서 대사의 균형이 깨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우 원장은 “중년 직장인 다이어트의 시작은 아침에 일어나서 10~20분 정도 햇볕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햇볕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리듬을 정상화하고 비타민 D 합성에도 도움을 준다”며 “수면의 질이 좋아지면 스트레스 호르몬과 식욕 조절 호르몬의 균형도 회복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식욕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조선일보 머니’ 영상을 보시려면 다음 링크를 복사해서 접속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