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세’가 논란이다. 순자산 10억달러 이상 거부에게 5%의 일회성 자산세를 물리려는 구상은 오는 11월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지금도 캘리포니아 소득세의 약 40%를 상위 0.5%가 부담하는 상황. 역시나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테슬라·팔란티어 등 유명 테크 기업들은 이미 ‘탈(脫) 캘리포니아’에 나섰고, 억만장자들이 하나둘 캘리포니아를 떠나면서 부자세 징수의 효과도 당초 1000억달러에서 40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실 부유세 논란의 이면에는 ‘부자가 더 부자가 된다’는 냉엄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은 올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일론 머스크 등 상위 12명의 자산 합계가 전 세계 하위 50%인 41억명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발표했다. 미국 UC버클리대 연구진 역시 미국 내 초부유층 400명의 실효세율(23~24%)이 일반 국민 평균(30% 내외)보다 낮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부자에 대한 증세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프랑스는 징벌적 부유세를 유지하다 2018년 결국 이를 부동산 부유세로 축소 개편했다. 세금 부담 완화 이후 해외로 나간 자산가들이 돌아오며 프랑스는 유럽 내 외국인 직접투자(FDI) 1위를 탈환했다. 반대로 노르웨이는 2022년 말 부유세율을 0.85%에서 최고 1.1%로 인상했다. 수십 명의 억만장자가 스위스로 이주하며 ‘인적 자본의 손실’이라는 비싼 청구서를 받았다. 그래도 남은 자산가들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 부유세 수입은 늘었다.
프랑스와 노르웨이는 정 반대의 선택을 했지만, 어쨋든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는 냉혹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부자들의 저항을 마주한 캘리포니아의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제 논의의 초점은 세율 인상이 아니라 ‘조세의 실질적 기여’로 옮겨가야 한다. 탈세의 구멍은 메우되 성장 동력은 훼손하지 않는 입체적인 설계가 핵심이다. 명목상 숫자에 매몰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조세 정의는 부의 유출을 방어하는 동시에, 거대 자본이 공동체 유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는 지점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