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해 하드웨어 섹터의 상대적 강세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조업이 강한 한국 증시는 낙관적으로 봅니다. 대대적인 하락장이 찾아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조정이 발생해도 회복력은 좋을 것입니다.”
지난 3일 자한기르 아지즈 JP모건 신흥시장 경제 연구 총괄은 WEEKLY BIZ와 화상으로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이후 글로벌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가격 조정이 있더라도 한국 증시는 올해 대체로 양호한 성과를 기록할 것이란 얘기다. WEEKLY BIZ는 아지즈 총괄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올해 전망을 들어봤다.
◇‘중동 사태’ 파장은 제한적
-이번 ‘중동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은.
“중동 지역과 글로벌 경제의 연결고리는 석유다. 이번 사건이 유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고, 유가가 치솟으면 글로벌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란이 어떤 보복 조치를 취할지, 또 이에 대해 미국·이스라엘이 어떻게 대응할지 등 미지수가 너무 많다. 아직은 유가가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 만큼 오를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란 뜻인가.
“그렇다. 중동 지역의 석유 생산 시설이 파괴되거나 호르무즈 해협이 오랜 기간 봉쇄돼 실질적인 공급 차질이 생기지 않는 이상,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안길 사건이라고 판단하기 이르다. 안전 자산 선호 심리에 따라 금과 달러의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엄청난 매수세가 붙지도 않았다. 시장이 중동 사태가 미칠 경제적 파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것이다.”
-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은.
“현재 석유는 구조적 과잉 공급 국면에 있다. 수요는 여전하지만 미국·브라질·가이아나 등에서 원유 생산을 늘리면서 공급이 늘어난 결과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지기 때문에 유가가 큰 폭으로 치솟을 가능성은 작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원유 가격 상승이 곧바로 (소비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정제유 가격에 반영되는 건 아니고, 현재로선 각국이 전략적으로 비축한 석유도 충분해 아직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아시아, 올해도 AI 열풍 수혜 입을 것”
-JP모건의 고객들은 중동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영향이 단기적일 것이란 의견이 많다. 리스크를 헤지할 필요는 있지만 장기적인 시장 전망을 바꿀 정도는 아니란 뜻이다. 오히려 투자자들 중에선 현 상황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는 이도 적지 않다.”
-현시점에서 유망한 투자처는.
“AI(인공지능)·테크 관련 섹터는 여전히 ‘롱(가격 상승에 베팅)’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될 경우 금값도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지난 2일) 금값은 기대보다 덜 올랐지만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 추가 상승을 기대할 여지가 있다."
-아시아 시장에 대해 평가하자면.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은 올해도 여전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아시아는 AI와 하드웨어 섹터(반도체·소부장 등)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장은 고평가된 소프트웨어 기업 비율이 높아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적과 수요가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기업 비율이 높은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하방 압력이 적다. 더구나 이번 중동 사태로 중동 지역에서 빠져나온 자본이 아시아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등 반사 이익을 누릴 여지도 있다.”
-올해 한국 증시에 대한 전망은.
“한국은 제조업이 강한 대표적인 하드웨어 중심 국가다. 한국은 시장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보다 생산을 한계까지 늘리고 있는 하드웨어 기업이 많다. 한국과 대만은 올해 조정 구간에서도 지지력이 강한 모습을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최근 주목받는 중국 AI 기업들에 대한 생각은.
“오늘날 미국과 중국은 AI로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접근법이 다르다. 미국은 최첨단 모델 개발에 열을 올리는 반면 중국은 실용성 중심으로 사용자 친화적인 AI 서비스를 만든다. 두 나라의 전략은 ‘사과와 오렌지’만큼이나 다르기 때문에 수익 모델과 시장의 평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