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위위안 가든에서 중국 전통 의상인 한푸를 입은 한국 관광객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신화·연합

최근 상하이의 명동이라 불리는 난징둥루를 걷다 보면 수십 년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지켜온 명당 자리가 한국인들에겐 생소한 중국 로컬 기업들 차지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고급 자동차와 화장품 시장만큼은 중국 브랜드가 넘볼 수 없다’던 과거의 상식이 깨지는 중이다.

실제 중국향료화장품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은 57%를 기록했다. 로컬 1위 기업인 프로야는 2024년 중국 브랜드 최초로 매출 100억위안(약 1조9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온라인 매출 기준 에스티로더와 로레알을 추월하며 정상에 등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수십 년 세계를 주름잡던 독일과 일본 자동차들이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6개월 단위 업데이트’라는 속도전에 거센 도전을 받고 있듯, 뷰티 업계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본사의 경영 가이드라인과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치느라 신제품 하나를 내놓는 데 1년 이상을 소모할 때, 중국 업체들은 이 주기를 3~4개월 이내로 단축했다. 비결은 이른바 ‘초 단위 데이터 활용’에 있다. 이들은 샤오홍슈나 틱톡에서 쏟아지는 소비자 댓글을 AI로 실시간 분석해 제형과 패키지에 즉각 반영한다. 일부 제품이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토대로 곧바로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다. 한슈·프로야 같은 규모가 큰 회사들조차 화장품 산업의 본질을 ‘단순 제조’에서 ‘피드백 기반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모델로 전환하며 마치 스타트업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들의 공세는 이제 한국 시장 문턱까지 다가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화장품의 한국 수입액은 전년 대비 84% 이상 증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중저가 라인은 이미 C뷰티의 거센 파고에 노출된 상태다. 중국 화장품의 약진은 결국 시스템의 결과다. K뷰티가 다시 도약하려면 과거의 후광에 안주하기보다 현지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직접 올라타 고객의 욕구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를 제품에 빠르게 반영하는 체질로 전환해야 한다.

최성진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