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대형 약국 체인점 아포텍 히야르타트에서 일하는 야스민 린드베리는 근무 시간에 이따금씩 친구와 15분짜리 전화를 나눈다. 회사가 지난해 4월부터 직원에게 매주 15분씩 ‘우정 쌓는 시간’을 보장하면서 시작된 그녀만의 소소한 주간 행사다. 더구나 회사는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1000크로나(약 110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BBC는 “친구 돌봄 프로젝트는 이미 많은 스웨덴 기업에서 복지 혜택으로 자리 잡았다”며 “외로움이 뇌졸중을 비롯한 질병과 조기 사망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전 세계적으로 나오면서 스웨덴 정부는 외로움을 주요 공중 보건 문제로 삼고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스웨덴 통계청이 지난 2024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성인 가운데 ‘가까운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답한 비율은 약 8%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로움이 각종 신체적·정신적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걸 넘어 국가의 생산성을 발목 잡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지목되면서 스웨덴 정부가 발 벗고 나선 셈이다.
◇세계적인 질병 ‘외로움’
외로움은 스웨덴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OECD 국가들의 사회적 연결성과 외로움’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 또는 가족이 없다’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9.6%(2022~2023년, OECD 전체 회원국 대상 조사)로 집계됐다. OECD 소속 23국에서 진행된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최근 4주 동안 대부분 또는 항상 외로움을 느꼈다’는 비율도 5.8%(2022년 기준)다. 소위 OECD에 속한 ‘나름 잘사는 나라들’에서도 의지할 데 없이 고립감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OECD 연구진은 “사람들이 과거보다 직접 만나는 빈도가 줄면서 외로움 위험도가 낮았던 남성과 젊은 층조차 사회적 연결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외로움은 각종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이는 데다 학업 중단, 업무 성과 저하, 실업 가능성 증가 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간 87만명 사망 유발도
실제 외로움의 사회적 비용은 만만치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사회적 연결 위원회(Commission on Social Connection)는 최근 조사에서 외로움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87만1000명의 사망자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WHO는 “사회적 단절은 지역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널리 퍼져 있다”며 “세계 인구의 6분의 1가량은 외로움을 겪고 있으며 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전 세계에서 약 100명이 외로움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외로움이 세계 곳곳에서 문제로 떠오르면서 외로움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분석한 연구들도 나온다. 호주 모내시(Monash)대학교 연구진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경제적 비용 및 개입의 비용 효율성에 대한 최신 체계적 문헌 검토’에 따르면 한 국가에서 외로움이 초래하는 경제적 손실은 한 해 최대 252억달러(약 36조원)에 이른다. 외로움에 시달리다 학업을 중단하고, 근로 의욕이 떨어지는 등 각종 부작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경우, 우리나라 복지 예산의 30%가량에 해당하는 막대한 비용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본은 ‘외로움 대책 본부’ 운영
일찍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외로움 관련 문제를 겪어온 일본은 이를 겨냥한 별도 조직을 마련했다. 일본은 지난 2024년 내각부 산하에 ‘고독·고립 대책 추진본부’를 설치해 자살과 1인 가구 고립 등 외로움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2024년 기준 일본에서만 한 해에 2만1856명의 고립사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국가가 강력한 대응 의지를 내보이는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외로움 문제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한 곳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아직까지도 외로움을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보는 분위기가 있지만 국제기구에서 집계하는 우울증·자살률 등 외로움 관련 통계에서 한국은 대부분 가장 나쁜 수준”이라며 “한국은 경쟁적인 사회 문화 탓에 ‘타인은 나의 이익에 해가 된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체제와 문화를 바꿔 나가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