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부 교수가 연구실에서 로봇 시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전 세계의 비즈니스가 인간을 대체해서 효율과 이윤을 높이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휴머노이드가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MIT

쌍절곤, 취권, 한 발 공중제비 연속 돌기…. 중국 14억 인구 중 6억7000만명이 지난 16일 시청한 CCTV 설 특집 TV쇼 ‘춘제완후이’에서 중국 토종 기술로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고난도 군무를 정신없이 쏟아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다보스포럼에서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노동의 급격한 변화를 거론했다.

지난해 생성형 AI가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AI의 진화를 직접 체감하게 했다면, 올해는 로봇이 현실에서 직접 움직이고 일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동시에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와 우려도 맞물린다. 로봇이 정말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시점이 다가온 걸까. WEEKLY BIZ는 김상배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김 교수는 동물의 움직임·근육·감각에서 원리를 찾아, 실제 환경에서 뛰고 점프하며 물체를 다루는 생체모방 로봇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로 평가받는다.

지난 16일 방영된 중국 CCTV의 설 특집 TV쇼 춘제완후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무술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CGTN X(엑스)

◇“대중의 감성 무시 못 해”

-동물을 모방한 로봇이나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이 나는 새를 보지 않았다면 과연 날아 보려고 생각했을까. 동물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가정하면 로봇을 만들 생각도 못 했을 거라고 본다. 인간을 닮은 로봇에 대해서는 로봇계에서 30년 넘게 논쟁해 왔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리진 못한 주제다. 다만 휴머노이드가 매력적인 이유는 분명히 있다. 우선 현재 세상의 환경이 사람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감성적인 이유도 있는데, 로봇이 사람처럼 생기면 사람들이 더 친근감을 느낀다.”

-로봇을 만드는 데 감성적인 면이 왜 중요한가.

“1984년 영화 ‘터미네이터’ 개봉 이후 로봇은 사람을 죽이는 기계라는 이미지 때문에 약 20년간 미국에서 로봇 관련 펀딩을 받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과제 제안서에 ‘로봇’ 대신 ‘사이버 시스템’ 등으로 표현하는 게 로봇 연구자들 사이에 불문율일 정도였다. 어처구니없게 들릴 수 있지만,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로봇 청소기 ‘룸바’가 유행하면서 로봇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이 희석되고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다.”

◇“노동의 종말 도래는 과장”

-생성형 AI 발전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더욱 똑똑하게 만들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거대 언어 모델(LLM)이나 글과 사진을 모두 이해하는 시각 언어 모델(VLM)이 잘하는 능력은 휴머노이드가 해야 할 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도 손재주만 좋고 글을 못 읽으면 일을 하기 어렵듯, 이해·지시·계획 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LLM이 잘하는 것만으로 휴머노이드가 되느냐다. 현실에서의 수행 능력은 아직 불투명하다. LLM과 VLM의 학습 기반은 인터넷 데이터다. 사람들이 대규모로 데이터를 모으고 라벨링해서 만든 것인데 로봇에 적용할 피지컬 데이터는 어디서 모으냐가 문제다.”

-피지컬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 도입될 때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인가.

“로봇의 신뢰성과 사고 위험이다. 로봇 지능은 50년 동안 엄청 발전했는데, 공장에 가보면 로봇을 거의 지능 없이 쓴다. 여전히 ‘믿고 쓸 만한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해 그런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테슬라의 FSD(감독형 완전자율주행)를 보면서 ‘이제 게임은 끝났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그런 테슬라 자동차가 모터 두 개짜리인 ‘2 자유도(로봇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의 가짓수)′짜리 로봇인데, 휴머노이드 로봇은 ‘40 자유도′ 수준이다(물건을 집고 조작해야 하기에 훨씬 난이도가 높다는 의미). 심지어 테슬라는 수백만 이용자가 매일 실전 데이터를 전송하는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 등의 현장 데이터 수집은 한참 더디다. 데이터는 적은데 복잡도는 높기에 산업 현장 도입까지 갈 길이 멀다.”

-로봇 발전과 인간 노동의 종말에 관한 일론 머스크 발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노동이 없어지는 시대가 금방 온다는 건 다소 과장됐다고 본다. 기업인과 연구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판단이나 발언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그동안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우주 사업이나 테슬라 전기차 같이 시작 당시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일들을 실제 해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말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람과 닮고 비슷한 관절 움직임을 보여주는 로봇 영상이 대중적으로 퍼지면서 ‘저게 금방 사람을 대체하겠구나’하는 생각을 많이들 하지만 휴머노이드의 실제 상용화가 가깝진 않다.”

-마지막까지 사람이 해야 하는 육체 노동이나 직업은 무엇일까.

“변화는 힘이 많이 들고 단순한 일부터 일어날 거다. 이미 아마존 같은 곳에서는 축구장 몇 개 규모의 물류센터에 사람이 거의 없이 로봇들이 물건을 옮긴다. 반대로 물건이 작아지고 형태가 불분명하고, 상황이 매번 다른 작업은 굉장히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 현장에는 변수가 많은 대표적인 예시가 배관공이다.”

◇“중국이 미국 턱밑까지 추격”

-로봇 분야에서 미·중 기술 격차는?

“순수 기술 수준만 놓고 보면 중국은 미국의 98% 정도까지 따라왔다고 생각한다. 격차가 크지 않다. 중국은 인구·인프라 규모도 압도적이고, 무엇보다 경쟁하면서 협업하는 문화가 매우 강하다. 한 회사가 기술을 확보하면 그것이 빠르게 퍼지면서 중국 전체가 같이 올라가는 속도가 나온다.

-중국이 어떻게 따라올 수 있었나.

“중국은 시장에서 수많은 플레이어가 한꺼번에 경쟁한다.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기술과 노하우가 빠른 속도로 검증되고, 그 방법이 빠르게 퍼지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중국은 한 회사가 성과를 내면 그 성과가 회사 내부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전기차나 반도체를 비롯해 첨단 분야가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여왔다. 한 기업이 특정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을 끌어올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경험이 산업 전체로 전파되는 속도가 빠르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이나 한국에서 흔히 보는 회사 간 정보 차단과 다른 모습이다. 이런 산업 구조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AI 기술 경쟁의 승패가 결국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어떤 시도가 통하는지 빨리 학습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전 세계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포함해 대부분 비즈니스는 인간을 대체해서 효율과 이윤을 높이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인력 부족 문제를 겪는 나라에서 집중해야 하는 분야로 로봇이 빠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로봇밖에 살길이 없다고 뛰어드는 건 위험한 일이다. 지난 40년 동안 패스트 팔로워로 성공해왔지만 로봇처럼 아직 어떻게 어디에 써야 되는지 표준도, 정답도 딱 정해지지 않은 분야에서는 ‘저거 뜨니까 빨리 따라잡자’는 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급하다고 해서 빨리 따라잡는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 맞는 방향으로 신중히 투자하고 추진해야 앞서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