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스원'에 탑승한 도널드 트럼프./AFP연합

“우리는 세계의 호구(suckers)가 아니다. 우리는 더는 호구가 아니다.”

2018년 12월 말 이라크 바그다드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비속어는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 정도의 발언은 2016년 대선 캠페인 때부터 해온 것이지만, 미국이 동맹국 방위에 호구처럼 이용당하고 있으니 개입주의 외교 노선에 완전히 종지부를 찍겠다고 이토록 결연하게 말할 줄은 아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트럼프 2기가 1년여 지나고 보니, 미국은 실제 예고했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수퍼파워 미국’, 그거 해서 뭐 할 건데?”라는 근본 질문에 공감하는 미국인이 많은 게 현실이고, 이제는 이를 받아들이고 각자도생 전략을 짜야 한다는 피터 자이한의 충고가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를 위법이라 판단했죠. 하지만 일본은 지난해 약속했던 5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계속 이행하겠다고 합니다. 미국이 마지막까지 놓지 않을 안보·경제 파트너는 일본이 될 테고, 일본도 이를 잘 알기에 장기 포석을 두는 것이겠지요. 우리에게 뾰족한 정치·외교적 묘수가 없다면 기업들이 마음 놓고 기술 개발에라도 매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우리가 가진 유일한 카드이고 전략 아닐까 싶습니다. 경제가 곧 안보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김은정 위클리비즈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