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에 사라!”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재빨리 사서 반등에 올라타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2025년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오른 뒤 많은 ‘저가 매수’ 신봉자들이 현금을 들고 더 좋은 진입 시점을 찾고 있지만, 이는 어리석은 판단이다. 시장 타이밍을 맞추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 ‘저가 매수’ 전략은 강세장이든 약세장이든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

떨어지는 주식을 잡아채기 위해 우선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승장에서 수익률이 낮은 현금을 과도하게 보유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주가는 떨어지는 날보다 오르는 날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연 2~3%대인 한국의 예금 금리는 물가상승률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나는 올해 추가 수익의 기회가 있다고 보는데, 하락을 기다리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불어나는 복리 수익을 놓친다는 뜻과 같다. 신용거래로 매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금리 비용이 추가된다. 시장이 하락할 경우 강제 청산(마진콜) 위험에도 노출된다.

약세장에서 효과가 있는 저가 매수는 오직 ‘마지막 한 번’뿐이다. 경기 침체를 동반한 깊은 약세장에서는 수차례 하락이 반복되고, 가장 큰 하락은 대체로 마지막에 나타난다. 바닥까지 내려오는 동안 계속 매수하다 보면 현금은 바닥나고, 큰 변동성에 겁을 먹고 주식을 팔아버리거나 강제 청산을 당하기 쉽다.

물론 정확히 저점을 짚어낸다면 승자가 되겠지만, 과연 그런 시장 타이밍 능력을 갖고 있는가? 그런 투자자는 극소수고, 타이밍 실패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작년 말까지 지난 40년간 코스피의 연평균 수익률은 8.5%였다. 그 기간 중 최고 상승일 10일을 놓치면 수익률은 6.0%로 떨어지고, 상위 20일을 놓치면 수익률은 4.0%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저가 매수 전략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깊은 글로벌 하락장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글로벌 하락장은 2009년에 끝났다. 많은 투자자가 저가 매수가 폭락을 막아준다고 생각한다. 자금의 유입과 유출이 시장 사이클을 좌우한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하는 착각이다. 매수자가 있으면 반드시 매도자도 존재한다. 항상 그렇고,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2000년 2월 미국 투자자들은 주식형 펀드에 순자금 500억달러를 쏟아부었고 이후에도 매수를 이어갔다. 그러나 1990년대의 큰 강세장은 바로 다음 달 정점을 찍었고 이후 끔찍한 2년을 보냈다. 미국 투자자들은 2002년 7월 550억달러를 회수하며 2003년까지 매도를 이어갔지만, 상승장은 2002년 10월에 시작됐다. 같은 일은 2009년 저점 부근에서도 반복됐다.

‘저가 매수’라는 비논리를 버려야 한다. 나처럼 시장을 낙관한다면 기다릴 이유가 없다.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