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7경기에서 1무 6패에 그친 프로축구 감독의 경질. 프로 스포츠계에서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고 사유가 ‘과도한 챗GPT 의존’이라면?
지난해 경질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PFC소치의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얘기다. 전술뿐 아니라 28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는다는 선수 훈련 계획까지 모레노가 팀 운영을 챗GPT에 과도하고 기이하게 의존했다는 폭로가 최근 구단 안팎에서 나오면서, 스포츠계에서의 AI(인공지능) 사용 실태와 관련 시장이 조명받고 있다.
모레노 감독처럼 AI에 전적으로 팀을 맡겨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 사례는 드문 경우지만, 축구계에서 데이터 분석부터 전술 지시, 스카우팅과 구단 운영까지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특히 유럽에서 경기 중 실시간 의사 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기술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데이터 명가’로 불리는 브라이턴은 AI로 선수의 심리적 특성까지 분석한다. 경기 영상 속 선수의 미세한 표정이나 몸짓을 분석해 감정 조절 능력, 압박감 속에서의 평정심 등을 수치화한다. NWSL(미국 여자프로축구)의 로라 하비 시애틀 레인FC 감독은 챗GPT에 자기 팀의 정체성과 상대 팀을 꺾기 위한 전술을 물어 ‘5백 수비’ 전술을 추천받았고, 코치진과 논의해 실제 경기에 적용했다.
빅테크와 손잡고 전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EPL 명문 구단 리버풀은 구글 딥마인드와 협업해 ‘택틱AI’라는 전술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문가들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AI가 제안한 코너킥 전술의 90%가 사람이 짠 전술보다 훌륭하거나 대등하다는 평가가 나와 실제 경기에 참고한다. 스페인 라리가의 세비야 FC는 IBM과 협력으로 AI 모델인 ‘스카우트 어드바이저’를 구축해 선수 영입에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AI가 전 세계 리그의 데이터를 뒤져 최적의 후보군을 요약 보고서와 함께 추천한다고 한다.
이처럼 AI 도입에 힘입어 전 세계 스포츠 분석 시장 규모는 2024년 44억7000만달러에서 2030년 144억8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축구 분야가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그랜드뷰리서치는 “이제 구단들은 고급 데이터 모델을 활용해 선수들의 체력과 경기 중 움직임을 추적하고, 팀의 경기력·전략·선수 육성 방식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며 “축구는 AI 관련 투자가 증가하면서 스포츠 분석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가장 데이터 집약적인 분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