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일터를 뒤바꾸고 있다. AI 챗봇이 자료를 찾고 문서를 정리하는 일은 사무실의 흔한 풍경이 됐다. 산업 현장에는 재고를 확인하는 자율 비행 드론, 수십 kg짜리 부품을 조립하는 로봇 팔이 속속 들어선다. AI와 로봇 기술 발달로 업무 전반에 걸쳐 자동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인간과 똑 닮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등장으로 기존 일자리가 빠르게 대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AI·로봇은 인류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축복일까? 아니면 대규모 실업을 초래할 재앙일까?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의 크웰렌 엘링그루드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AI는 이론적으로 인간이 수행하던 업무의 절반 이상을 자동화할 수 있지만 인간·AI·로봇의 협업은 혁신을 가속화해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웰린 엘링그루드 맥킨지앤드컴퍼니 시니어 파트너 겸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소장/맥킨지 제공

◇AI·로봇, 기존 업무의 57% 자동화

-AI·로봇은 인류의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까.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미국 내 직업 2000개를 조사한 결과, 이론적으로 전체 업무 시간의 약 57%를 자동화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낀 시간과 비용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등 더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할 수 있다. AI·로봇을 활용한 ‘업무의 재배치’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나.

“MGI 조사에 따르면 인간·AI·로봇의 협업 모델은 2030년쯤 미국에서 한 해 최대 2조9000억달러(약 4175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업무 흐름의 재설계와 효율 개선, 혁신 가속화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렸을 때의 결과다. 생산성 향상은 기업이 AI·로봇을 기존 업무 현장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대차그룹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가 부품을 옮기고 있다./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리더십·소통 업무는 AI로 대체 어려워”

-인간과 AI·로봇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모든 사람이 자신과 손발을 맞추는 AI 또는 로봇의 ‘중간 관리자’가 돼야 한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보자. AI는 사람보다 훨씬 빨리 내용을 정리·요약해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숙련된 필자의 글쓰기 스킬이 필요 없어진 것은 아니다. 역할이 바뀔 뿐이다. 사람이 프롬프트에 입력한 의도와 형식대로 AI가 초안을 만들면 사람이 다시 편집자로서 글을 다듬어 완성하는 식이다.”

-업무 자동화가 실제 사업에 기여한 사례는.

“최근 한 글로벌 테크 기업은 AI를 활용해 아웃바운드 영업(잠재 고객에게 먼저 전화·문자·메일 등을 보내 접근하는 초기 영업 활동)을 자동화했다. 사람이 일일이 메일을 작성하고, 전화를 돌려야 했던 번거로운 과정을 AI에 맡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기업은 직원의 업무 부담은 줄이면서 매출은 12%가량 늘었다.”

-자동화가 가능한 대표적인 업무는 무엇인가.

“우리는 최근 자동화 가능성을 수치화한 ‘스킬 변화 지수(Skills Change Index·SCI)’를 만들어, 자동화 가능성이 큰 상위 25%와 작은 하위 25% 등을 구분했다. 상위 25%에는 서류 청구, 재고 관리, 일부 프로그래밍 기술 등이 포함됐다. 자동화가 어려운 하위 25%에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등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업무 스킬이 있었다.”

일러스트=김의균

◇대규모 실업 우려는 없어

-AI·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대규모 실업 사태까지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기술 변화에 따라 직업의 형태는 바뀌었지만 고용이 사라지진 않았다. AI 시대에도 판단·소통·관리와 같은 영역에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AI의 경제적 가치조차도 사람이 어떤 목적에 따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결정하지 않나.”

-AI 시대, 사람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는 사람의 업무 스킬 중 70%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AI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거나 문제를 정의하지 못한다. 가령 우주선을 발사할 때 최종 목적지가 달인지 화성인지, 어떤 궤도로 비행할지 AI는 스스로 정할 수 없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판단하고, 방법을 고민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