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벤트성 활동’이 프리미엄 브랜드에 큰 수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콘서트 티켓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고, 그중에서도 프리미엄 좌석은 인상 폭이 더 컸습니다. 스포츠 경기나 브로드웨이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집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지만, 막상 외출을 하면 집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를 원하거든요.”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12억8000만달러(약 1조8500억원)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아이맥스(IMAX)의 최고경영자(CEO) 리치 겔폰드는 최근 CNBC에 이렇게 말했다. 아이맥스 영화는 초고해상도와 1.43:1의 전용 화면비를 기반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최대 광각에 가까운 화면을 구현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최적화된 포맷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이유로 아이맥스는 극장가에서 프리미엄 대형 상영관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아이맥스 주가는 40% 넘게 치솟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미국 극장가 매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AMC·시네마크·마커스 시어터 등 주요 극장 체인 주가가 일제히 급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WEEKLY BIZ는 전 세계 극장가에서 나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아이맥스의 흥행 비결을 분석해봤다.
◇“극장에선 이왕이면 프리미엄”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보편화되면서, 관객들이 ‘집에서 볼 작품’과 ‘극장에서 꼭 볼 작품’을 뚜렷이 구분하게 됐고, 이 흐름 속에 아이맥스가 수혜자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콘텐츠 제작비 상승 등으로 티켓 값까지 오르자, 관객들이 중·저예산 작품은 OTT로 눈을 돌리고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만 극장에서 보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인 ‘F1 더 무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아바타: 불과 재’ 모두 아이맥스로 개봉했고 큰 수익을 거뒀다.
실제 박스오피스 분석 플랫폼 엔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영화 티켓 매출 가운데 16% 이상이 아이맥스, 4DX 등을 포함한 프리미엄 라지 포맷(PLF)관에서 발생했다. 이는 2023년(13.8%)보다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9월 기준 전 세계에 1700여 개 아이맥스 상영관이 있지만 전체 스크린 비율이 1%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PLF의 매출 기여도가 상당히 높은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중간 예산대 영화, 특히 주요 영화상 수상을 겨냥한 드라마 장르가 극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작품은 관객들이 (극장보다) 집에서 시청하길 더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영화 시장은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소수의 ‘텐트폴(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 영화가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라고 했다.
할리우드마저 블록버스터 중심의 제작 기조가 굳어지면서 PLF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중·저예산 영화는 애초 제작 단계에서 OTT로 직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경량화’ 전략도 주효
아이맥스는 극장을 직접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스크린과 소프트웨어, 카메라 등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아이맥스 시스템’을 극장과 스튜디오, 파트너사에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이맥스가 극장의 장비 설치 비용 대부분을 부담하는 대신, 티켓 매출의 약 15~18%를 가져간다. 이른바 ‘자산 경량화(Asset-Lite)’ 덕분에 아이맥스는 흥행작이 나오면 추가 비용 증가 없이 이익이 급증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런 전략은 AMC·시네마크·마커스 시어터 등 여타 극장 체인과 확연히 대비된다. 시스템만 제공하는 아이맥스와 달리 극장 체인은 상영관을 운영하기 위한 임대료·전기료 등 막대한 고정비를 부담해야 하는 데다 티켓 매출까지 스튜디오와 나눠야 한다. 결국 팝콘·음료·스낵 판매 등 매점 수익에 의존해 비용을 메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극장 체인들은 아이맥스 외에도 돌비 시네마와 스크린X, 4DX 등 여러 PLF 확충을 위해 들인 막대한 업그레이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예컨대 AMC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상영관 업그레이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이미 부채가 불어난 상태였다. 팬데믹까지 맞으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금까지도 채무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의 독보적인 지위와 높은 소비자 인지도는 아이맥스가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스튜디오와 극장 양측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로열티를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등 할리우드 유명 감독들이 아이맥스 기술을 강력히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이맥스 전용 카메라로 촬영된 영화는 아이맥스가 가져가는 몫이 더 커진다. 지난해 전용 카메라로 제작된 영화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면서 아이맥스의 실적도 덩달아 뛰었다.
◇할리우드 밖 겨냥한 다각화 주력
아이맥스의 또 다른 강점은 90개국에 걸친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다. 우선 아이맥스는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 미국 밖에서 나올 만큼 콘텐츠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맥스는 비영어권 영화에서 4억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3년 대비 65% 늘어난 수치다. 겔폰드 CEO도 지난해 “글로벌 상반기 아이맥스 티켓 매출의 40%가 현지 언어 영화에서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한 중국의 ‘너자 2′는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1억667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도 9590만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아이맥스가 각국 현지 스튜디오와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맺은 결과다. 각국 현지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 다변화 전략은 할리우드 경기 부진의 충격을 덜어주는 완충 역할도 한다. 예컨대 일본의 2024년 박스오피스 매출 가운데 일본 영화는 75%를 차지한 반면, 할리우드 영화는 24%에 불과했다.
콘텐츠 다변화 전략은 네트워크 확장과 결합해 선순환 효과도 가져다준다. 아이맥스 전용 상영관이 늘어나면 영화 제작자들이 더 많은 아이맥스 전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 결과 티켓 매출이 증가한다. 이는 다시 전용 상영관 추가 확충으로 이어진다. 이런 흐름은 최근 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관객의 경우 현지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지만, 극장은 아이맥스를 선택하고 있다고 미 영화 전문 매체 더 할리우드 리포터는 전했다. 투자 전문 매체 에이인베스트도 아태 지역의 아이맥스 시장이 오는 2031년까지 연평균 7%씩 성장하며 글로벌 평균치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겔폰드 CEO는 성명을 통해 “감독과 스튜디오, 전 세계 관객들이 아이맥스 경험을 꾸준히 선택하면서 시장 점유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성장세가 꺾일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