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 행사장. 카우보이 모자를 쓴 중국 로봇 기업 애지봇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A2′가 리듬에 맞춰 양팔을 절도 있게 휘젓는 춤을 선보이자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이날 A2는 매끄러운 음성 대화는 물론 얼굴에 달린 모니터를 통해 대화 맥락에 따라 눈웃음을 짓는 등 다양한 표정을 드러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지봇은 이미 5000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었고, 연구·개발을 넘어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며 “(이번 CES 출품으로) 애지봇은 미국 시장 데뷔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준비의 끝을 알리고, 사업 확장을 예고한 셈”이라고 했다.

글로벌 투자 업계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강자로 꼽히는 애지봇은 올해 홍콩 증시에 상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증권거래소(HKEX)에는 지난해만 긱플러스(물류용 로봇), 원로보틱스(가정용 로봇) 등 중국 로봇 기업들이 잇따라 이름을 올렸는데, 올해도 애지봇과 같은 ‘대어’들이 합류할 예정이다. WEEKLY BIZ는 중국 로봇 기업들이 홍콩 IPO(기업공개)에 열광하는 이유를 분석해봤다.

/연합뉴스

◇낮은 문턱으로 해외 자본 수혈

중국 본토에는 상하이증권거래소·선전증권거래소와 같은 주요 거래소가 있지만 사업 초기에 있는 로봇 기업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나온다. 중국 본토 거래소 IPO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사전 승인이 필요한 데다, 회사 규모가 크고 재무 구조가 탄탄한 기업 중심이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홍콩 증시는 서류 제출부터 상장까지 평균 6개월이 소요된다. 통상 1년가량 소요되는 여타 거래소 대비 훨씬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경쟁 기업들이 혁신 기술을 선보이는 상황에서 한시라도 빨리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로봇 기업들이 홍콩 IPO 시장에 몰려들 수밖에 없단 얘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부분 로봇 스타트업은 자본 소진이 빠르게 일어나고, 수익이 나지 않는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중국 로봇 기업들이) 증시 상장에 매달리고 있다”며 “이에 지난 1년 동안 수십 개의 중국 로봇·AI 기업이 홍콩 증시에 IPO를 신청하는 등 상장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봇 업계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홍콩은 지난해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 등을 제치고 글로벌 IPO 조달액 1위에 올랐다. HKEX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거래소에서 진행된 IPO는 총 119건, 조달액은 약 2858억 홍콩달러(약 53조원) 규모다. HKEX는 “기술 트렌드가 홍콩 IPO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2025년 첫 11개월 동안 일평균 거래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5% 늘어난 2558억홍콩달러에 달했고, (홍콩 증시는) 지난해 세계 10대 IPO 중 4건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올해 홍콩 IPO 65조까지 불어나

홍콩 증시는 올해도 중국 첨단 기술 기업들의 IPO가 잇따를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홍콩 IPO 수는 지난해 119건에서 올해 150건으로 늘어날 것이며, 전체 조달 자금은 최대 3500억홍콩달러(약 65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점쳤다. 루이 라우 PwC 파트너는 “해외 투자자들의 유입 증가는 홍콩이 중국의 자산 시장과 첨단 기술 산업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라는 사실을 설명한다”며 “(중국 정부) 정책이 기술 혁신과 새로운 산업 분야에 힘을 실어주면서 2026년은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글로벌 자본 흐름 등 홍콩 IPO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딜로이트차이나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 홍콩 IPO 시장은 중국의 주요 기업 상장 장려책, 상장 절차 간소화, 해외 자본의 홍콩 복귀 등으로 강력한 반등을 보였다”며 “올해는 미국의 금리 인하와 국채 매입,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 중국의 내수 소비 활성화 정책과 첨단 기술 지원 등으로 유동성이 커지면서 더 많은 대형 IPO가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