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230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로건 폴이 2021년 530만달러를 주고 구매한 희귀 포켓몬 카드. 기네스 세계기록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포켓몬 카드’로 등재돼 있다. /기네스월드레코드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 그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건 정말 의미심장한 일이에요.”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 사는 30대 남성 댄 레빈씨는 자신이 가진 DVD만 500장이 넘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집 거실에 놓인 TV 장식장과 벽면 책장에는 DVD가 빼곡하게 보관돼 있다. 그는 DVD 외에도 CD와 비디오테이프(VHS 테이프), 바이닐 레코드(LP)를 소장하고 있다. 집을 찾은 손님들이 자신의 소장품을 보고 깜짝 놀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그에게 소소한 즐거움이다.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젊은 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이른바 ‘수집 광풍’이다. 이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수집 품목도 다양하다. 1980년대를 회상하게 만드는 CD나 LP 같은 아날로그 음반 매체부터 DVD, 블루레이 등 물리적 형태의 디스크까지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소장 대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포켓몬 등 90년대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스포츠 스타가 인쇄된 트레이딩 카드(수집 또는 교환용 카드)는 수집 애호가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관련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온라인 음반 시장 디스콕스에 따르면 지난해 CD 판매량은 전년 대비 8% 늘었고, 같은 해 이용자들의 CD 등록 건수도 2022년과 비교해 26% 증가했다. 미 소매업체 타깃의 지난해 트레이딩 카드 매출 역시 전년 대비 70% 뛰었다. WEEKLY BIZ는 젊은 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수집 광풍의 배경을 들여다봤다.

◇디지털 시대에도 ‘소유감’에 빠진 MZ세대

음원 스트리밍이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무형(無形)의 콘텐츠가 일상화됐지만,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만큼은 손에 잡히는 유형(有形)의 매체로 소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어떤 소장품을 갖고 있느냐가 소유자의 문화적 취향을 드러내는 표현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드 스트리퍼스 미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 미디어학과장은 “음반이나 영화 같은 매체를 물리적으로 진열해 놓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런 감각은 온라인 스트리밍 환경에서 결코 구현될 수 없다”고 했다.

젊은 층에게 CD 같은 디스크형 매체는 낯설지만, 동시에 ‘옛 감성’을 지닌 매체로 받아들여진다는 점도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보스턴에 사는 30대 여성 에리카 힐은 “디스크를 드라이브(재생 장치)에 넣는 특유의 촉감이 좋다”며 “(이용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실물로 갖고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이처럼 젊은 층의 꾸준한 수요가 일종의 틈새시장을 형성하자, 테일러 스위프트·아리아나 그란데·레이디 가가 등 팝스타들은 CD를 발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특별판까지 선보이고 있다.

트레이딩 카드 수집 열풍 역시 디지털 환경을 잠시 벗어나고자 하는 이색 취미로 자리 잡았다. 수집이라는 행위를 매개로 취미를 공유하려는 이들이 늘자, 오프라인에서 교류하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카드 감정 기관 PSA의 사장인 라이언 호그는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카드 수집은) 좋은 탈출구가 된다”며 “손에 잡히는 물건인데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포천에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미 야구 트레이딩 카드 제조사 톱스의 모기업인 파나틱스가 개최한 행사에는 약 12만5000명의 팬이 몰렸다.

◇쏠쏠한 재테크 효과도 수집 열풍 부추겨

희귀성이 돋보이는 한정판 소장품을 재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젊은 층의 구미를 당긴다. 특히 트레이딩 카드의 경우 수익률이 S&P500 지수 상승률을 앞서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예컨대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지 30년이 된 포켓몬스터 캐릭터 카드는 지금까지 750억장 이상 발행될 만큼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높은 가치 상승률을 기록해 왔다. 분석 업체 카드 래더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포켓몬 카드 가치는 3261%나 뛰었다. 지난 1년간 수익률도 46%에 달해, AI(인공지능)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 상승률까지 웃돌았다.

소장품을 금융 자산처럼 취급하는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다. 트레이딩 카드 매매 플랫폼인 알트(ALT)는 기존의 카드 가치 추적 기능에 더해 최근 경매 기능까지 추가했다. 여기에 ‘유동성 보장’과 ‘즉시 지급’을 앞세워 사실상 금융 시장과 유사한 구조를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 대체 투자 플랫폼인 랠리 역시 빈티지 게임이나 만화책 같은 소장품을 회사 형태로 묶어 투자자들이 소액으로도 지분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정판 소장품을 가지고만 있어도 언젠가 가치가 오를 거란 기대 심리는 수집 열기를 더한다. 로이드 스타 디스콕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요즘 (디스크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이들은 물리 매체를 사들이는 데 아낌없이 시간을 들인다”며 “음악이 시간이 지나면 더 가치가 오를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