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만큼 정보가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저희는 개인별 165개 데이터를 분석해 확률적으로 성혼 가능성이 높은 짝을 찾아줍니다. 수십 년 동안 쌓인 데이터 분석 역량과 매칭 노하우가 듀오의 제일 큰 경쟁력입니다.”
‘결정사’(결혼 정보 회사)가 한국에 등장한 지 30년. 이 시장을 개척한 듀오의 박수경 최고경영자(CEO)는 WEEKLY BIZ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듀오가 설립된 1995년만 해도 한국에선 중매를 통한 결혼이 일반적이었다. 듀오의 현재 활동 회원 수는 3만6000명, 성혼 회원 수는 지난해까지 누적 5만3000명을 돌파했다.
대학 진학, 취업과 내 집 마련 등 각종 문턱에 가로막혀 “결혼은 사치”란 말이 나오는 시대. WEEKLY BIZ가 지난 22일 박 CEO를 서울 강남구 듀오 사무실에서 만나 한국 결혼 시장의 최근 분위기와 주요 트렌드를 짚어봤다. 서울대 소비자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최초의 여성 임원을 거쳐 2014년부터 듀오를 이끌고 있다.
◇AI도 대체 못 하는 ‘인간의 촉’
-전에 없던 사업,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과거의 중매 문화는 서로 제대로 모르는 남녀를 맺어주고, 만난 지 얼마 안 돼 결혼 날짜를 잡는 식이었다. 듀오의 창업자인 정성한 고문은 실제로 결혼 과정에서 ‘마담뚜’들의 잘못된 정보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등 쓴맛을 봤다. 그래서 본인처럼 ‘한 번 하는 결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남녀들에게 확실한 정보로 만남을 주선하는 체계적인 결혼정보업을 시작한 것이다.”
-데이터로 짝을 지어준다, 어떻게 하는 건가.
“듀오에 가입하는 회원은 본인과 결혼에 관련된 165개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결혼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다. 듀오의 매칭 시스템(DMS)은 이를 바탕으로 기존 회원 중에 알맞은 배우자 후보를 추천해주고, 십수 년 경력을 가진 매칭 매니저들이 상담 내용을 활용해 후보군에서 최고의 짝을 골라준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하나.
“아직은 검토 단계다. 매칭 과정에서 데이터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아직까지 핵심적인 역할은 ‘인간의 촉’이 맡는다. 데이터는 확률적으로 나와 잘 맞는 결혼 후보를 추려준다. 하지만 인간 관계, 특히 애정만큼은 데이터와 확률만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본인은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당장 스스로 어떤 배우자를 원하는지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촉’?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매칭 매니저들의 감각적인 터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듀오의 매니저들은 회원들과 수시로 상담한다. 원하는 이성의 조건부터 만남 후기, 때때로 생기는 고민을 들어주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매니저들은 인간 대 인간의 교감을 거쳐 다음 만남을주선한다. 하루에도 마음이 열두 번씩 바뀌는 게 사람인데, 데이터만으론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찾기 어렵지 않겠나. 이런 간극을 매니저들의 ‘촉’이 채우는 셈이다.”
◇양극화되는 한국 결혼시장
-최근 한국 결혼시장의 주요 트렌드는.
“양극화라고 본다. 여유가 있는 상류층은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짝을 고집하고, 여건이 마땅치 않은 이들은 결혼을 포기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인 요구 사항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랑이 싹틀 기회조차 주지 않는 분위기다. 기성세대로서 크게 안타까움을 느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나.
“특정 직업을 가졌거나 자산이 많은 사람과의 결혼을 일종의 ‘성공의 잣대’로 여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청년들은 경제력이 부족한 게 당연한데, 호화로운 결혼식을 올리고 서울에 30평대 아파트를 마련해야만 ‘결혼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결국 ‘성공의 잣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결혼을 외면해버린다. (개인적으로) 큰 사회적 문제라고 본다.”
-회원들이 경제력을 희망 배우자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나.
“그런 측면이 있다. 과거에는 집안이나 학력이 중요했다면 요새는 외모와 경제력을 가장 많이 본다. 상대의 부모님은 ‘노후가 준비된 정도’면 괜찮다는 사람이 많고, 오히려 당사자의 얼굴·키·체격 같은 외적인 조건과 소득을 중시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말에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상적인 직업군으로 처음 ‘전문직’이 꼽히기도 했다. 청년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결혼할 때조차 경제력과 안정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인구 줄어도 구조적으로 성장할 것”
-최근 한국에서 국제결혼이 인기다. 관련 서비스는 없나.
“아직은 없다. 사실 최근 해외에서 한국 청년들의 인기가 상당하다. 얼마 전에도 일본에 있는 결혼 정보 업체에서 일본 여성과 한국 남성을 맺어주는 제휴 서비스를 내놓자고 제안이 왔다. 우리나라는 국제결혼의 서류와 행정 절차 등이 매우 까다로워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의 결혼 적령기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 언젠가는 해외로 시장을 넓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혼 적령기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요새 듀오를 찾는 회원들의 가입 목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꼭 결혼 상대를 찾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전제로 만날 애인을 찾거나 결혼 시장에서 본인의 평가를 확인하고 싶은 경우도 있다. 오늘날 청년층은 학창시절부터 수학 과외를 받고 댄스 학원을 다니는 등 전문가의 상담에 익숙하다. (양극화, 인구 감소 등 탓에)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 어려워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연애·결혼 시장에서도 마치 정장을 맞추듯 전문가의 손길을 찾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결혼 정보업이 앞으로도 성장할까.
“과거에는 결혼 적령기가 지난 고객이 많았다면 요새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고객의 유입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기대 수명이 늘면서 재혼 시장이 커지고 있고, 국제결혼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결혼 정보 시장이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앞으로도 듀오는 모든 회원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해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