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메이투안 물류센터에서 배달 라이더가 물품을 픽업해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전 세계에서 편의점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원조’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다. 인구 약 950명당 1개꼴로, 일본(2200명당 1개)보다 두 배 이상 촘촘하다. 점포 수도 5만6000개로 일본을 넘어섰다. 한국에서 편의점은 소매 유통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성공 모델이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편의점 수는 30만개가 넘지만, 14억 인구를 감안할 때 10만명당 23개로 한국(106개)보다 훨씬 적다. 시장이 작아서도, 자본이 없어서도 아니다. 중국은 오프라인 점포망을 촘촘히 쌓는 고비용·고밀도 구조를 최소화한 채, 디지털 유통으로 빠르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에게 편의점은 직접 걸어가는 물리적 공간이지만, 중국에서는 스마트폰 앱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메이투안(Meituan)이나 어러머(Ele.me)를 켜면 생수 한 병도 단돈 몇백 원의 배달료로 30분 안에 문 앞까지 도착한다. 이 촘촘한 ‘와이마이(배달)’망이 편의점의 핵심 무기였던 근접성을 무력화시켰다.

여기에 아파트 단지 단위로 이웃끼리 물건을 모아 사는 커뮤니티 공동 구매 문화까지 더해지며, 골목 상권의 수요를 온라인 플랫폼이 흡수해 버렸다. 글로벌 강자 세븐일레븐이 중국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시장에서 연마한 표준화 기술과 프리미엄 도시락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이, 중국 로컬 브랜드들은 철저히 현지 시장에 맞춘 저비용, IT 친화 모델로 맞섰다.

경기 둔화 속 가성비 전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중국 1위 브랜드 ‘메이이자’는 고급 매장 대신 구멍가게들을 디지털 물류망으로 연결하고, 저가 PB 상품으로 점포를 3만5000개까지 확장했다.

일본의 편의점이 재난 시 생필품을 공급하고, 한국의 편의점이 밤길의 등대가 되었다면, 중국은 고밀도의 통신망과 저가 배달 인프라로 ‘디지털 편의점 국가’가 되었다. 중국 소비자에게 편의점은 골목 가게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집 앞까지 달려오는 라이더의 이미지다. 사회적 맥락과 비용 구조를 읽어야 중국 유통의 진짜 얼굴이 보인다.

최성진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