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MS·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구매 담당 임원들이 연말연시 문턱이 닳도록 한국을 오가고 있습니다. AI(인공지능) 칩용 메모리 반도체를 구하기 위해서라지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을 70% 점유한 절대 강자들입니다. 치열한 AI 투자 경쟁 속에 지금 D램은 부르는 게 값이라, 공급 단가가 1분기 만에 60%나 올랐다고 합니다. 작년 10월 ‘치맥 회동’으로 끈끈한 동맹 계약을 맺고 간 깐부 형님 젠슨황 엔비디아 CEO의 발 빠른 행보에는 다 깊은 뜻이 있었던 셈입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은 건 물론 그간 벼른 기술력 덕분이겠지만, 미국과 중국의 분절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이 첨단 메모리에서 배제될수록 글로벌 AI·서버 수요가 한국으로 더 집중되는 ‘구조적 호재’를 맞는다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은 중국이 기술 자립을 향해 가속하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칩 자급률 70% 목표가 아직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여도,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또 모르지요.

우리 정부는 안미경미(安美經美·안보도 미국, 경제도 미국)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 역시 영구적일 수는 없을 겁니다. 갈라진 세계 속에서 한국은 안미선중(安美選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선별적으로), 안미경미중(安美經美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미국과 중국 함께)을 오가는 현명한 생존 전략을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