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

중국이 새해부터 자국에서 판매되는 피임용품에 세금을 붙였다. 중국 재정부는 최근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해 지난 1일부터 콘돔·피임약 등 피임용품에 부가가치세 13%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은 인구 증가를 억누르기 위해 부부가 한 명의 자녀만 가질 수 있도록 제한하는 ‘한 자녀 정책’에 발맞춰 1993년부터 피임용품의 세금을 면제해 왔는데, 약 30년 만에 정책적 전환에 나선 것이다. 세계에서 둘째로 큰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이 출산 장려를 위해 피임용품의 가격까지 손댄 이유는 무엇일까? WEEKLY BIZ가 중국이 직면한 인구 감소 위기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한 자녀 정책’의 나라가 어쩌다...

오늘날 중국 사회는 결혼과 출산을 동시에 멀리하는 분위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연도별 결혼 등록 건수는 지난 2016년 1119만건에서 2020년 813만건, 2024년 611만건 등 가파르게 줄었다. 더구나 2024년 611만건은 198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데, 지난해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중국의 젊은 남녀가 가정을 꾸리는 첫 단추인 결혼부터 외면하고 있단 얘기다. 영국 가디언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출산 제한 정책 등으로 현재 중국에는 결혼 적령기에 있는 인구 자체가 줄었는데, 결혼 적령기에 있는 이들도 청년 실업률 증가와 생활비·보육비 급등,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반발 등으로 결혼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생아 수도 자연스레 급감하는 추세다. 중국의 연도별 출생아 수는 2016년 1787만명을 기록했는데, 2022년(956만명) 1000만명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2024년에도 954만명에 머물러 있다. 결혼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기혼자들조차 높아진 내 집 마련의 문턱과 치솟는 양육비 등 때문에 출산을 멀리한 결과다.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의 마이클 콴 경영학 교수는 “중국 주요 도시는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이 20배가 넘어, 젊은이들은 내 집을 마련하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며 “예식장과 연회 등을 포함한 평범한 결혼식 비용만 해도 10만위안(약 2100만원)이 넘는데, 상하이에서 아이를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비용은 100만~200만위안에 달한다”고 했다. 콴 교수는 또 “대부분 젊은 직장인은 ‘996 근무제(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에 시달리고 있어 에너지가 없고, 사회 관계망이 좁아져 미래의 연인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당장 연애를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운데 배우자를 찾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앞길이 첩첩산중이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 위와(育娲)연구소가 지난 2024년 내놓은 ‘중국생육성분보고’란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중국에서 자녀를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3배로, 한국(7.79배)에 이어 둘째로 높다. 미국(4.11배), 프랑스(2.24배), 호주(2.08배) 등 주요국에 비해 2~3배가량 높다. 연구진은 “높은 양육비뿐 아니라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 생활의 균형을 찾기 어려운 현실 탓에 중국인들의 출산 의지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중국의 ‘출산율 붕괴’는 과장이 아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경제 발목 잡는 ‘인구 절벽’

문제는 인구 대국 중국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저출산과 함께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내리고 있단 점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2024년 9억8400만명을 기록한 이후 2050년 7억4500만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 인구는 늙어가는데 출산이 줄면서 노동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의 빈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인구 규모 1위 인도는 같은 기간 생산 가능 인구가 9억9000만명에서 11억3400만명으로 늘어난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이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에 직격탄을 맞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막강한 노동력을 잃어가는 셈이다.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중국은 노동력 감소에 따라 인건비 상승, 경제성장률 둔화, 사회 복지 지출 증가 등 각종 부담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시행된 피임용품 부가가치세는 중국 지도부가 인구 감소에 느끼는 위기감과 대응 의지를 보여주지만 중국의 청년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중국 허난성에 사는 루오씨는 BBC 인터뷰에서 “나는 아이가 한 명 있는데 더 이상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며 “콘돔 한 상자 가격이 비싸지는 건 지하철 요금이 인상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요금이 올라도 지하철은 타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중국 시안에 사는 자오씨는 “피임용품 가격 인상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성병 문제, 원치 않는 임신 등)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BBC는 “콘돔·피임약·피임기구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은 원치 않는 임신과 성병 감염 증가에 대한 우려와 함께 되레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비싼 콘돔으로는 아이를 갖도록 설득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