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최근 이더리움 기반으로 머니마켓펀드(MMF)를 토큰화한 금융 상품 ‘마이 온체인 넷 일드 펀드(MONY·My OnChain Net Yield Fund)’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우량 단기 채권을 담보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연상시킨다. 스테이블코인이 예금·결제 영역까지 넘보며 은행의 기존 사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제도권 금융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특히 JP모건이 자체 프라이빗 블록체인인 키넥스(Kinexys)가 아니라 공개 블록체인인 이더리움을 선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더리움의 신뢰성과 상호 운용성이 기존 금융권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산운용사 반에크의 최고경영자(CEO) 얀 반에크는 이더리움을 ‘월가의 토큰’이라 칭하며, 이더리움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펀드스트랫의 공동 창립자 톰 리 역시 이더리움이 투기 자산이 아닌 금융 인프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증권의 토큰화와 온체인 정산이 이더리움의 장기적 활용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이더리움 가격이 올해 초엔 7000~9000달러, 장기적으로는 2만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이런 변화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실물 자산 토큰화 시장 규모는 약 56억달러에서 189억달러로 세 배 이상 확대됐다. 이 가운데 이더리움 위에서 발행·유통되는 자산만 120억달러를 넘는다. 미국 국채(85억달러), 원자재(34억달러), 부동산 등 다양한 실물 자산이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이더리움은 약 1700억달러의 유통량을 기록하며 달러 기반 온체인 거래의 핵심 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예탁결제청(DTCC)이 미국 국채 일부를 토큰화해 캔톤 네트워크(Canton Network)에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캔톤은 이더리움과 직접 호환되지는 않지만, 제도권 금융에서도 블록체인 간 연결성과 상호 운용성이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JP모건처럼 거대 은행이라면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해 수수료를 절약하고 기술적 독립성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더리움이 이미 쌓아온 방대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자체 개발로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결국 은행과 기관들은 금융 상품의 본질에 집중하고, 플랫폼은 이더리움을 선택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이더리움이 제도권 금융의 표준으로 떠오르는 ‘대관식’의 해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한 번 비트코인 반감기 사이클에 따라 ‘크립토 윈터’를 지나야 할까. 자산 토큰화라는 금융 산업의 전환기에 놓인 글로벌 은행들의 선택이 2026년의 크립토 시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