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진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최근 중국 온라인 마케팅의 트렌드가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플랫폼에서의 성공 공식은 단순했다. 수백만~수천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이른바 ‘왕홍(網紅)’이 시장을 좌지우지해왔다. 대형 왕홍 한 명과의 협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억~수십억원의 브랜드 협업 비용은 물론, 매출의 30~45%에 달하는 수수료를 따로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이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일부 거물급 왕홍들의 탈세, 과장 광고, 도덕성 논란이 연이어 터지며 이른바 ‘왕홍 리스크’가 부각됐고, 소비자들의 피로감도 빠르게 누적됐다. 광고라는 사실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것이다.

그 빈자리를 채우며 주목받는 주체가 바로 ‘핵심 오피니언 소비자(KOC·Key Opinion Consumer)’다. 팔로워 1만명 이하의 일반 체험단, 또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일컫는 KOC는 유명 연예인도, 전업 왕홍도 아닌 평범한 소비자에 가깝다. 하지만 특정 취향과 전문 분야에서만큼은 대형 왕홍보다 더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유명 왕홍의 홍보가 제품 신뢰도를 약 29% 상승시킨 것에 비해, 평범한 이웃인 KOC가 직접 경험을 공유했을 때 소비자의 구매 의사는 34%나 더 높아졌다.

이 변화는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슈나 틱톡의 중국 버전인 도우인에서 특히 뚜렷하다. 이용자의 70% 이상이 상품 구매 전, 유명 왕홍보다 ‘이름 없는 타인’의 리뷰를 먼저 참고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플랫폼 알고리즘의 진화도 한몫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이용자의 취향과 검색 이력을 분석해 잠재적 니즈를 먼저 제안하는 ‘발견형 커머스’가 확산되면서, 인위적으로 연출된 광고보다 내 취향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KOC의 투박한 리뷰 영상이 더 오래, 더 자주 노출되는 것이다. 소수의 대형 왕홍이 단기간에 폭발적 트래픽을 만드는 방식에서, 수많은 KOC 콘텐츠가 쌓이며 신뢰를 축적하는 ‘롱테일 효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과거 중국 진출 초기의 시행착오를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시 많은 한국 대기업들이 ‘중국에서는 꽌시(정부 인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만 듣고,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과의 식사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그런 일회성 인연은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늘날 한국 기업들이 무턱대고 왕홍에게 거액을 투자하는 마케팅 역시 본질적으로는 과거의 맹목적 꽌시 중시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마케팅의 질문은 이제 ‘어디에 광고할 것인가’에서 ‘누가 우리 제품의 진실을 말해줄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이는 오히려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본이 부족해 대형 왕홍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제품의 맥락을 이해하는 KOC들과 함께 진정성 있는 서사를 축적한다면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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