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

2026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글로벌 기업 경영진은 그래도 올 한 해 비즈니스 전망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지난해 11~12월 전 세계 81국의 기업 임원 1011명을 대상으로 올해 전망을 물어 펴낸 ‘2025년 12월 경제 상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향후 6개월 동안 자신이 속한 회사의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보호무역 강화와 세계 경제의 분절화, 인공지능(AI)이 일으키는 파장 속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경기 변동에 가장 민감한 기업 경영진들은 비교적 희망찬 미래를 내다본 셈이다.

◇반등하는 시장 심리

기업 경영진들은 특히 올해 자신이 속한 회사의 수익과 고객 수요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설문에서 회사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63%, 고객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응답은 52%에 달했다. 맥킨지는 “회사 수익 전망을 낙관한 비율은 2024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2024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고 했다. 최근 1년여 사이 기업들의 시장 심리가 가장 긍정적인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의미다.

업종별로 쪼개 보면 소비재·소매업 부문에 속한 임원들의 수익 증가 기대가 69%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금융(68%), 에너지·원자재(66%) 등에서 기대감이 컸다. 반면 첨단 산업과 테크·미디어·통신 업종은 61%로, 조사 대상 업종 가운데 가장 낮았다. 특히 첨단 산업의 경우 2024년 12월까지만 해도 수익 증가를 내다본 경영진이 전체 응답자의 70%에 달했는데,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는 61%에 그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반도체·항공우주·전자기기 등 첨단 산업은 지난해 매출 성과가 양호했던 만큼 올해 추가 상승에 대해선 신중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심리가 회복되는 모습과 달리, 인력 확충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낮았다. 기업 경영진 중 ‘향후 6개월 동안 인력 증원을 예상한다’고 답한 비율은 전문 서비스(27%), 금융(32%), 첨단 산업(32%) 등의 순으로 낮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전문 서비스(41%), 금융(41%), 첨단 산업(42%) 등 업종 전반에서 인력 증원 의사가 떨어졌다.

◇무역 갈등 진정, 신기술 전환은 기회

새해를 앞두고 글로벌 기업들이 유독 사업 전망에 자신감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맥킨지는 “지난 두 분기 동안 응답자들은 세계 경제와 기업 경제 성장의 최대 리스크로 무역 정책 변화를 꼽았지만, 이제는 관심이 지정학적 불안정과 분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관세 전쟁’의 공포가 시장 심리를 짓눌렀지만, 최근 들어서는 ‘관세 부담’이란 짐의 무게가 다소 줄었다는 얘기다. 대신 응답자들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등 이어지는 지정학적 갈등을 새로운 리스크로 꼽았다.

한편 올해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기대를 끌어올린 최대 요인은 AI 도입과 공정 자동화와 같은 ‘신기술 전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간 매출액이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가 넘는 대기업들은 ‘향후 1년 동안 기업의 최대 성장 기회’를 고르는 질문에서 신기술 전환을 1순위로 꼽았다. 반면 똑같은 질문에 대해 매출액이 10억달러 미만인 중소기업들은 ‘기존 시장의 성장’을 택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첨단 기술을 활용한 사업 혁신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맥킨지는 “글로벌 경영진은 현재 밝은 경제 전망을 갖고 있으며 선진국과 신흥 시장 모두에서 자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변동성이 컸던) 무역 정책 리스크가 진정되는 와중에 AI를 중심으로 기술 투자가 확대되면서 2026년의 고객 수요와 수익 증가에 대한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오철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거시 경제만 놓고 보면 올해가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나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AI·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 산업에 속하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현재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석유화학이나 철강 등은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