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의 핵심 메시지는 ‘감당할 수 있는(affordable) 뉴욕’이었다. 집값과 교통비, 의료비 등 생활 전반에서 부담을 느끼는 시민의 정서를 반영한 전략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감당 가능함(affordability)’이 지난 20여 년 동안 정치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아 왔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초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감당할 만한 사치(affordable luxury)’를 제공하는 브랜드의 성장을 조명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중산층 사이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확산했고, 중국 등 신흥국에선 과시 욕구가 강한 부유층의 고가품 수요가 폭증했다. 코치, 마이클 코어스 등 품질과 디자인에서 명품의 핵심 요소를 유지하면서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한 브랜드가 급부상하며 대중 명품, 즉 매스티지(masstige) 시장이 형성됐다. 매스티지 시장의 성장세는 2010년대 중반 들어 한풀 꺾였다. 자산 양극화가 소비 양극화로 이어졌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과시적 소비, 투자 수단으로서 초고가 브랜드 편중 현상도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코치의 부활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스티지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제약을 받는 데다, 제품 실제 가치와 괴리가 커진 초고가 명품의 허상에 대한 피로가 누적된 탓도 크다. 견실한 품질과 감당할 만한 가격의 적절한 조합을 제시하는 코치는 고객의 취향에 맞춰 제품을 변형할 수 있는 개성 표현의 즐거움을 더해 젊은 세대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매력적인 도시에 살며 좋은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고 싶듯, 누구나 조금 더 나은 삶을 동경한다. 풍요로운 시기에는 고가품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커지고 상향 소비 욕구가 분출되며, 정체기에도 경험이 풍부한 소비자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품목에선 감당할 만한 사치를 추구한다. 제품 가치에 대한 확신과 함께 고객이 포기하지 않는 감당 가능한 여유를 제공한다면, 어느 시대에도 경쟁력을 잃지 않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