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피에트로 베카리가 자주 입에 달고 다니는 말 중 하나는 ‘3D’다. 그의 철학을 반영한 ‘꿈꾸고 도전하고 실행하라(Dream, Dare, Do)’의 약어다. 과감하게 일을 벌이고 소비자를 위한 투자를 해야, 그 이상의 결과가 따라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실 10년쯤 전만 해도 그가 각종 전시나 쇼 등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하면 업계에서 ‘저지른다’는 시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베카리가 독일의 대표적인 대중 소비재 브랜드 헨켈 출신인 점을 꼬집어 “대중과 럭셔리는 다르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는 명품 업계가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도 아니다. 프랑스 출신도 아니고, HEC 파리 같은 프랑스 유명 럭셔리 비즈니스 스쿨이나 소수정예 교육기관인 그랑제콜 같은 곳을 거치지 않았다. 이탈리아 북부 파르마 지역에서도 인구 1200여 명의 작은 소도시에서 태어나 파르마 경영대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엔 축구 선수로 뛰기도 했는데, ‘이탈리아 축구 레전드’ 파비오 칸나바로와 함께 공을 찼던 사이라고 한다.
그를 발굴한 건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예리한 눈이었다. 당시 베카리는 독일 헨켈 헤어케어 부문 부사장으로, 당시 프랑스어도 할 줄 몰랐다. 그럼에도 호기심, 도전 정신, 운동선수 특유의 팀워크와 희생 정신 같은 열정적인 태도 같은 것들이 업계 소문이 났다. 베카리는 한 인터뷰에서 “아르노 회장이 ‘수비수를 영입한 줄 알았더니, 무지막지한 공격형 스트라이커를 데려왔다’고 농담하더라”고 회상한 적이 있다.
럭셔리와 대척점에 있었기 때문일까. 세제·샴푸 등을 마케팅하며 소비자들이 진짜 좋아하는 게 무언지 지속적으로 파악해온 것이 효과를 본 걸까. 베카리 회장이 펜디·디올 등을 거치며 연타석 홈런을 친 건, 몇몇 브랜드처럼 일부 디자이너의 스타성에 기대 반짝 뜬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너도나도 스타 디자이너 영입에 공을 들일 때, 그는 브랜드 정체성과 창업자의 정통성을 되짚는 데 앞장섰다.
펜디 CEO 시절(2012~2017년)엔 ‘로마’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트레비 분수 복원 사업을 벌이고, 2017년에는 창립 90주년을 기념해 트레비 분수에서 패션쇼를 선보였다. 디올 CEO 시절(2018~2023년)엔 창업자 무슈 디올의 작업장 등을 포함해 디올을 거쳐간 스타 디자이너의 작품을 전시하는 일종의 박물관과 갤러리·레스토랑을 결합한 형태의 프랑스 파리 ‘몽테뉴 30’을 공개해 매장을 ‘핫플’로 변신시켰다.
인터뷰 직전까지도 현장을 직접 점검하던 그는 “성공하려면 약간은 미쳐야 한다는 말을 자주 상기한다”고 했다. 그는 설치 단계부터 천장, VIP룸, 가구, 바닥 마감까지 ‘한국적인 감각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직접 확인하며 팀과 함께 하나하나 승인했다고 한다. “밤낮으로 팀원들에게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