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진영

Q: 저는 정년 퇴직 후 연금을 받고 있고, 작은 꼬마 빌딩에서 나오는 월세로 아내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들은 사업을 하겠다면서 꼬마 빌딩을 팔아 도와달라고 하고, 딸은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 얻는다며 목돈을 지원해 달라고 합니다. 부모로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재산을 다 넘겨주면 자식들이 부모를 외면한다는 소리를 들어 걱정도 됩니다. 어떻게 해야 재산도 물려주고도 자녀들에게 외면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A: 증여세는 10년 단위로 합산해 과세하기 때문에 미리 증여하는 게 절세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재산을 넘긴 뒤 허전함을 느끼거나, 심지어 증여 후 부모를 소홀히 하는 자녀도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에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부담부 증여’와 ‘유언 대용 신탁’입니다. 일단 부담부 증여란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넘기면서 대신 지켜야 할 의무를 함께 정해두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 입원하면 진료비를 부담하는 것과 같은 의무를 명시해 두는 겁니다. 자녀가 이런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엔 증여를 취소하고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재산 가치가 앞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미리 부담부 증여를 해두는 게 상속을 하는 경우에 비해 세금을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유언대용신탁은 부모가 자녀나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삼아 재산을 신탁 형태로 맡겨두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부모가 생전에는 계속 월세 수입을 받고, 사후에는 자녀가 해당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수익을 받는 방식으로 설계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부모가 생전에 언제든 자녀의 수익권을 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녀가 특별히 의무를 어기지 않았더라도 부모는 법과 계약에 따라 수익 분배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부모를 잘 모시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금융기관이 수탁자로 참여할 경우 신탁 보수가 발생하고, 세제 혜택이 크지 않으며, 부모 생전에 자녀가 받는 수익에는 증여세가, 부모 사후에 받는 수익엔 상속세가 부과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박성용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