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우리는 최첨단 개인용 인공지능(AI) 비서를 목표로 만든 ‘큐원(Qwen)’을 내놓았습니다. 출시 첫 주에 신규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했죠.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산업 분야 기업에 세계 최고의 ‘풀스택(반도체+소프트웨어+서비스) AI’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최고 수준의 AI 앱을 선보이는 것입니다.”

중국의 대표 빅테크 알리바바를 이끄는 에디 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열린 회계연도 2026년 2분기(7~9월) 실적 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17일 직접 개발한 대형 언어 모델(LLM) ‘큐원’을 활용한 AI 비서 앱을 출시했는데, 단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했다. 챗GPT, 딥시크 등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AI 서비스들의 출시 기록을 줄줄이 깨버린 셈이다.

알리바바의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알리바바의 매출은 2478억위안(약 52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53% 감소한 206억위안, 영업 현금 흐름은 68% 쪼그라든 101억위안을 보고했다. 알리바바 측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퀵커머스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자본 지출(Capex)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는 왜 단기 수익성을 희생하면서까지 AI와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WEEKLY BIZ는 알리바바의 2분기 실적 보고서와 경영진의 실적 발표회 발언 등을 종합해 알리바바의 미래 구상을 들여다봤다.

◇전 사업에 걸쳐 ‘AI 혁신’

우 CEO는 현재 알리바바의 AI 혁신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날 우 CEO는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대형 AI 모델과 광범위한 라이프스타일 및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모두 갖춘 유일한 기업”이라며 “큐원은 전자상거래, 지도 내비게이션, 지역 서비스 등을 통합한 일상생활용 AI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티몰’, 지도 앱 ‘Amap(가오더지도)’ 등에 AI 비서를 활용해 고객 경험 혁신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알리바바가 AI 혁신에 서두르는 이유는 기존 사업들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티몰 내 약 3500개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퀵커머스 부문에 합류(지난 10월 31일 기준)했다. 스킨케어 제품부터 스마트폰 같은 고가의 전자기기까지 취급하는 티몰의 ‘즉시 배송’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온라인 사업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우 CEO는 “(알리바바의) 퀵커머스 사업은 주문 기능 개선, 평균 주문액 증가, 규모 확장 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최대 지도 앱으로 자리 잡은 Amap도 AI 혁신으로 급성장 중이다. 지난 10월 기준 하루 사용자 수가 3억6000만명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9월 Amap에 표시되는 식당, 호텔 등을 방문자 수와 리뷰를 기반으로 AI가 순위를 매기는 ‘스트리트 스타즈’ 기능을 새로 도입한 덕분이라고 했다. 우 CEO는 “Amap의 스트리트 스타즈 도입 이후 일일 평균 사용자 리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세 배 이상 증가했다”며 “알리바바는 AI를 발전시켜 사업 전반에 걸쳐 더욱 강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이를 동력 삼아 알리바바의 장기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혁신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서비스에 AI를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폭풍 성장하는 클라우드 사업

알리바바의 AI·클라우드 사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알리바바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버 등) AI 관련 제품은 9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클라우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늘어났고, 특히 외부 고객 매출이 29% 증가했다. AI·클라우드 인프라에 투자할 명분은 수치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단 것이다.

우 CEO는 두 가지 트렌드가 이와 같은 고속 성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우 CEO는 “첫째로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기업 고객들은 AI 기능을 처음부터 끝까지(풀스택) 갖춘 업체를 선택하고 있고, 둘째로 고객들은 AI를 점점 더 깊고 폭넓게 활용하면서 클라우드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2분기에도 고성능 AI 인프라, AI 모델, AI 개발 프레임워크를 아우르는 풀스택 AI 역량을 강화했고, 시장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AI 클라우드 시장의 최대 사업자이자, 2~4위 사업자의 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라는 게 알리바바 측 설명이다.

◇과잉 투자? 오히려 늘려야

앞서 지난 2월 알리바바는 향후 3년 동안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3800억위안(약 7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실적 발표회에서는 이와 같은 막대한 투자를 통한 수익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이날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앞서 발표한 (자본 지출) 3800억위안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특히 지난 4분기 동안 이미 1200억위안이 지출됐다고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투자에서 발생하는 추가 수익 전망은 어떨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알리바바는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를 반박하는 것을 넘어 되레 투자액을 ‘늘릴 수 있다’는 강수를 뒀다.

토미 쉬 알리바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앞서 예고한 3800억위안의 자본 지출이 늘어나는 고객 주문을 따라잡기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며 “기존 투자 규모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면 데이터센터를 짓고, 새로운 서버를 출시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앞서 언급했던 3800억위안은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고객 수요를 고려하면 상당히 적은 금액”이라고 했다. 알리바바는 인프라 투자가 늘어난 탓에 지난 2분기 순이익과 영업 현금 흐름이 반 토막 넘게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자본 지출을 더 늘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알리바바는 미래 AI·클라우드 인프라 수요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우 CEO는 “제품 연구·개발(R&D), 제조 공정, 고객 사용 등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꾸준히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AI 모델 학습, 추론 실행, 사용자 제공 등 모든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이 필요하고, 실제로 상당한 유료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알리바바의 실적 발표 이후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국 투자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은 “알리바바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AI, 클라우드, 퀵커머스에 대한 투자 증가로 현금 창출 압박이 있는데, (투자 확대로) 자본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알리바바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지만 AI 경쟁을 선도하는 미국 기업들에 비해 더 리스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