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미국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워런 버핏이 주주들에게 편지를 썼다. 투자 얘기보다 ‘지난 실수로 좌절하지 마라’ 같은 인생 조언이 더 많았다. 무대에서 천천히 멀어지는 이 시대 최고의 투자가 모습에 아쉬움이 남는다.

왜 수많은 이들이 그에게 열광했을까. 전설적인 수익률에 유쾌한 입담도 한몫했겠지만, ‘옳지만 지키기 어려운 말’을 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스승 같은 모습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해하는 비즈니스에만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고, 모르는 이에게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쉽게 투자한다.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신문과 지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기업이고, 최근 수익률이 좋으면 손이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버핏의 조언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산다고 내가 그 기업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

사실 여기에는 더 큰 구조적인 배경이 있다. 요즘 세상을 이끄는 기업 상당수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을 다룬다. 반도체나 AI, 그리고 양자컴퓨터는 더욱 그렇다. 설사 이해해도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변화를 따라가기 벅차다. 급변하는 세상이다 보니 미국 헤지펀드 D1 캐피털의 댄 선드하임은 투자를 할 때 3년 이후는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해하는 기업에만 투자하라’는 원칙이 덜 중요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복잡한 기술 용어 속에 ‘눈먼 돈’들이 섞여 들어갈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이 변한 만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나는 새로운 기업이나 기술을 공부할 때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에 자주 묻는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설명해줘” 등과 같은 식이다. 이런 서비스는 버핏도 활용해보지 못한 첨단 도구다. 이런 ‘투자 비서’를 누구나 쓸 수 있는 시대에 이를 외면하는 것은 스스로 핸디캡을 안고 싸우는 일이다.

이해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장기간 ‘보유(hold)’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 글로벌 자산운용사와의 미팅에서 그들은 가장 잘하는 것이 “한번 투자하면 오랜 세월 한결같이 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오래 잘 들고 있는 것도 실력이다. 주식은 변동성이 크기에 하락장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다. 기업을 이해할수록 신념을 갖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버핏이 70년 넘게 강조한 것은 화려한 기술도, 최신 트렌드도 아닌 ‘상식’이었다. 이 모든 과정이 쉽지 않다면 S&P500 같은 인덱스 투자가 훌륭한 대안이 된다. 모르는 기업에 베팅하지 말고 아예 국가 경제 전체에 투자하라는 것. 이 또한 버핏의 오래된 지혜다. 결국 자신이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투자하라는 얘기다.

김준목 경제 칼럼니스트(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배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