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있는 4층 규모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리저브 로스터리는 스타벅스가 내세운 대형 플래그십 매장으로 전 세계에 6곳밖에 없다./스타벅스

지난 6월 스타벅스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스타벅스 글로벌 바리스타 챔피언십’을 열었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 8만4000여 명의 바리스타가 단계별 예선을 치렀고, 그중 최종 선발된 12명이 파이널 무대에 섰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사업을 중국, 일본,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북미, 중남미·카리브해 등 여섯 지역으로 구분한다. 이 지역들에서 각각 한 명씩 뽑힌 바리스타 챔피언 여섯 명에, 전 세계에 여섯 곳뿐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 대표가 한 명씩 합류해, 모두 12명이 세계 정상의 자리를 두고 자웅을 겨룬 것이다.

‘스타벅스’나 ‘스타벅스 리저브’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는 아직 낯선 사람도 많다. 고급 커피 애호가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 희귀하고 격이 다른 원두’ ‘더 다양한 추출 방식’을 전면에 내세운 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따로 만든 것이 리저브 로스터리다. 2014년 시애틀을 시작으로 상하이, 밀라노, 뉴욕, 도쿄, 시카고에 차례로 문을 열었다.

도쿄 로스터리는 2019년 나카메구로에 문을 열었다. 4층짜리 건물의 중앙에는 높이 17m에 달하는 커피 원두 저장 사일로(저장고)가 서 있고, 이를 중심으로 1층부터 4층까지 공간이 나선형으로 이어진다. 1층은 커피와 빵, 2층은 차, 3층은 바, 4층은 라운지로 구성돼 있으며, 테라스에서는 메구로 강변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커피의 산도와 보디감을 기준으로 분류한 일곱 가지 원두를 배치해 소개하고, 사이폰과 커피 프레스 등 다섯 가지 추출 방식을 제안한다. ‘로스터리 플라이트’ 메뉴를 선택하면 세 종류의 원두와 한 가지 추출 방식을 골라, 에스프레소 잔에 나란히 담긴 커피의 맛을 비교하며 음미할 수 있다. 위스키 배럴(숙성 통)에 숙성시킨 커피도 주문할 수 있는데, 알코올은 없지만 실제 위스키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일반 스타벅스가 호텔의 스탠더드 룸이라면, 리저브 로스터리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라고 할 만하다.

리저브 로스터리가 한 잔의 커피에 담긴 ‘경험의 격’을 끌어올리는 무대라면, 지난 6월 열린 글로벌 바리스타 챔피언십은 그 경험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세계 무대에서 조명하는 장치였다. 그 배경에는 지난해 새로 취임한 브라이언 니콜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철학이 깔려 있다. 디지털 주문과 배달 폭증으로 인한 매장 인력의 피로 누적, ‘제3의 공간’이라는 스타벅스의 정체성 약화 같은 난제를 해결해 달라는 기대 속에 부임한 그는 “우리는 여전히 바리스타, 사람,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회사”라는 메시지를 되살리고자 했다. 그 상징적인 장치가 바로 이번 글로벌 바리스타 대회였다.

이런 세계 대회가 가능했던 것은 각국이 이미 자국 최고의 바리스타를 선발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 스타벅스도 매년 ‘커피 앰배서더 컵’을 통해 최고의 바리스타를 뽑는다. 2023년에는 약 6만명의 바리스타 가운데 단 한 명을 ‘커피 앰배서더’로 선정했고, 여기에 도쿄 로스터리 출신 또 다른 바리스타가 합류해 라스베이거스 대회에 참가했다. 두 사람은 이번 대회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하며 일본 팀의 실력을 입증했다. 우리나라 스타벅스도 매년 ‘스타벅스 커피 앰배서더’를 선발한다. 머지않아 한국 대표가 지역 예선을 거쳐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자기 회사를 넘어 업계 전체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스타벅스의 최고 바리스타라면 커피 업계 누구도 그 실력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회사는 어떤 제도를 갖고 있는가. 동료들이 업계의 전문가로 성장해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얼마나 열어 두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