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규

“이곳은 구글이 미국 밖에 짓는 가장 큰 규모의 인공지능(AI) 허브입니다. 우리는 비샤카파트남을 세계의 연결성(connectivity) 허브로 만들 것입니다.”

지난달 14일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항구도시 비샤카파트남. 토머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가 구글의 인도 내 데이터센터 투자 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구글은 향후 5년 동안 150억달러(약 21조9000억원)를 투입해 인도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인도가 세계 데이터센터의 심장부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 외에도 아마존은 2030년까지 인도 클라우드 인프라에 127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고,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는 1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AI 거물들이 앞다퉈 인도 데이터센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CBRE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 데이터센터 누적 투자액은 2019~2024년 603억달러에서 2027년에는 1000억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투자 규모가 3년 만에 66% 급증하는 셈이다. WEEKLY BIZ는 글로벌 AI 기업들이 인도 데이터센터 시장에 눈독 들이는 이유를 분석해 봤다.

◇세계 최고 ‘AI 실험장’

AI 선두 기업들이 인도에 자사 데이터센터를 두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인도가 세계 최고의 AI 실험 무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인도는 인구 약 14억5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다. 헌법에 지정된 공용어도 힌디어·벵골어·타밀어 등 22개인 데다 각 지역 사람들이 사용하는 주요 언어만 따져도 120개가 넘는다. AI는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이 필수인데, 인도는 십수억 인구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언어 데이터의 보고(寶庫)인 셈이다.

더구나 인도는 인터넷 이용자가 9억명 이상일 정도로 디지털 친화 인구가 많아,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다양한 맥락에서 서비스를 시험해야 (다른 지역이나 언어권에 투입했을 때)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한정된 환경에서 생기는 편향을 줄일 수 있다”며 “인도의 언어적 다양성, 인구 통계적 다양성과 민주적 가치관은 AI 서비스를 위한 자연스러운 시험대를 제공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AI 기업들은 인도 소비자들에게 AI 챗봇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놓을 정도로 인도의 시장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인도 최대 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와 손잡고 제미나이 AI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제휴 상품을 내놓았고, 퍼플렉시티는 앞서 지난 7월 현지 통신사 바르티 에어텔의 고객 3억6000만명에게 퍼플렉시티 프로를 1년 동안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 4일에는 오픈AI도 챗GPT 고(Go)를 1년 동안 무료로 서비스하겠다고 밝히는 등 글로벌 AI 기업들은 ‘수익보다 시장 선점’이란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도 정부라는 든든한 뒷배

인도 정부가 인도의 디지털 인프라 확충을 위해 글로벌 AI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점도 인도에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부는 이유다. 인도는 최근 몇 년 동안 AI 시장을 키우기 위한 국가 주도 사업을 본격 추진 중이다. ‘인도 AI 미션(India AI Mission)’이 대표적이다. ‘인도에서 AI를 만들고, 인도를 위해 AI를 활용한다’는 비전을 내걸고 지난해 3월 시작된 이 사업엔 앞으로 5년 동안 정부 예산 12억달러가 투입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AI 인프라 확충, AI 스타트업 및 연구 기관 재정 지원 등이 골자다. 인도 정보공보국(PIB)은 지난달 보도 자료를 통해 “인도는 인도 AI 미션의 초기 목표였던 GPU 1만개 확보에 그치지 않고, 이미 3만8000개를 확보했다”며 “인도는 GPU(한 대의) 사용 시간당 65루피의 보조금도 지급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AI 자원 접근성을 갖췄다”고 하기도 했다.

투자 환경 자체도 매력적이다. 인도는 기본적으로 토지 임대료나 인건비가 낮은 데다, 정부가 각종 세금 감면과 보조금까지 얹어준다.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인도는 토지 및 건물 사용 보조금, 전기세 면제 등 혜택을 제공하는데, 에너지 비용이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약 65%를 차지하기 때문에 의미가 적잖다”며 “일부 지역은 데이터센터를 상업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분류해 소매 전기 요금이 약 40%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데이터센터를 지을 땅부터 전기세까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각종 부분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단 얘기다.

◇물 부족은 리스크 요인

다만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사용하며 물 부족 국가 인도의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비롯한 각종 정보 통신(IT) 장비가 쉴 새 없이 가동되기 때문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여기에 장비들에서 내뿜는 뜨거운 열을 식히기 위해 또 연간 수천억 리터(L)에 달하는 물을 쏟아부어야 하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인도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물 부족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이다. 영국 BBC는 “인도는 세계 인구의 18%를 차지하지만 수자원은 4%에 불과하다”며 “인도의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은 올해 1500억L에서 2030년 2배 이상인 3580억L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 부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인도가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하려면, 전력·수자원 관리라는 근본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