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용산구에서 WEEKLY BIZ와 만난 글로벌 1위 필기 앱 ‘굿노트’ 경영진. 왼쪽부터 펠릭스 코크 굿노트 AI 엔지니어링 매니저, 스티븐 챈 최고경영자(CEO), 민 트란 최고운영책임자(COO). 챈 CEO는 “카페에서 한국 학생들이 굿노트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체감한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인간과 인공지능(AI)이 가장 잘 협업할 수 있는 툴을 구현하는 게 궁극적 목표입니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WEEKLY BIZ와 만난 홍콩 출신 스티븐 챈(36) 굿노트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14년 전, 그는 호주 유학 시절 두꺼운 수학책을 간편하게 들고 다닐 방법을 고민하다 직접 필기 앱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필기의 신(神)’이라고까지 불리는 굿노트는 그렇게 1인 스타트업으로 시작됐다. 이후 굿노트는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학생·직장인들 사이에서 ‘필수 앱’으로 주목받았고, 전 세계 2500만명이 사용하는 세계 1위 필기 앱으로 등극했다.

굿노트는 최근 AI 날개를 달고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 9월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굿노트 AI’를 선보이며 모든 세대를 위한 차세대 필기·업무 앱으로 나아가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것이다. 챈 CEO는 “필기에 AI가 더해지면서 사용자가 앱을 통해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졌다”고 했다. WEEKLY BIZ는 최근 한국을 찾은 챈 CEO를 비롯해 민 트란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직접 만나 AI를 도입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AI, 사용자의 ‘생각 파트너’

-언제부터 AI에 투자하기 시작했나.

“약 8년 전부터 필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간 머신러닝 AI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사용자들이 손으로 쓴 내용을 앱이 인식할 수 있게 됐다. 이후 2023년에는 최신 AI 기술이 적용된 대형언어모델(LLM)을 도입해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 9월에 출시한 ‘굿노트 AI’다. 사용자들은 이제 굿노트 AI를 통해 모르는 내용을 검색한다거나 필기 내용에 대해 질문까지 던질 수 있게 됐다. 퀴즈를 만들어 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굿노트’의 화면.

-필기 앱인데 왜 AI를 도입했나.

“AI 도입 전에도 문법을 교정해 주는 기능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LLM이 적용된 굿노트 AI로) 사용자 대신 AI가 콘텐츠를 만들어 내거나, 이미지 같은 실질적인 결과물을 생성해 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오디오를 실시간으로 번역하거나 요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AI 때문에 필기가 사라질 수 있을까.

“AI는 사용자의 사고(思考)를 돕는 일종의 ‘생각 파트너(Thinking Partner)’다. 마치 친구처럼 비평이나 통찰을 제공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필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스타일러스를 이용한 필기나 타이핑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행위조차 AI에 위임할지 말지는 사람이 결정하겠지만, 결국 AI는 역할 분담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인간·AI 찰떡궁합이 목표”

-화면 구성 등 사용자 경험(UX)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단순함(Simplicity)’이다. 단순하면서도 사용자가 원하는 걸 구현하는 게 목표다. 예컨대 글자를 확대했을 때 (테두리가) 깔끔하게 보이는 기능, 노트를 PDF로 변환해도 손 글씨가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굿노트의 완성형은 어떤 모습인가

“계속 발전시켜야 하므로 완성형은 없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AI와 인간이 가장 협업을 잘할 수 있는 툴을 태블릿 같은 필기 디바이스에서 구현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만들고 개선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길 바란다.”

-준비 중인 새 기능이 있다면.

“사용자가 필기를 하면 AI가 자동으로 글씨체를 교정해 주는 기능을 구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 기능이 출시되면 많은 사용자가 반길 것으로 본다.”

◇韓, 신기술 수용에 적극적인 시장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를 갖나.

“제가 커피를 워낙 좋아하는데, 한국 카페에서 학생들이 태블릿 PC를 켜놓고 굿노트를 사용하는 모습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때마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몸소 체감하곤 한다.”

(트란 COO) “세계 어느 곳을 둘러봐도 한국만큼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혁신을 위해 협업할 만한 파트너가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한국의 스타트업인 ‘드랍더비트’를 인수했고, 또 다른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굿노트 이용자들이 바라는 점은 뭔가.

“한국에서 굿노트를 이용하는 이들의 큰 요구 사항 중 하나가 노트 크기를 무제한으로 늘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를 구현하다 보니 자연스레 ‘화이트보드’ 기능이 탄생하게 됐다. 무제한의 캔버스에서 여러 학생과 동료가 동시에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협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국 시장에서 또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나.

(트란 COO) “한국 고등학생들의 교육 접근성과 생산성을 높이고자 EBS, 메가스터디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위해 2년 동안 거의 두 달마다 한국을 찾을 만큼 공을 들였다. 또한 YBM과 협업해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응시하는 토익 시험 자료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학습 자료들에 굿노트 AI를 활용하면 연습 문제를 생성하는 등 혁신적인 공부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