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알코올 프리 바인 '헤카테'에서 손님들이 무알코올 음료를 즐기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요즘은 다들 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여전히 술은 마시지만, 이전보다 훨씬 절제하고, 중간중간 무(無)알코올 음료를 곁들이기도 하지요.”

전 세계 젊은 층 사이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건강한 생활을 위해 음주를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것)’ 문화가 번지는 가운데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뮌헨의 ‘카페 코스모스(Café Kosmos)’에서 일하는 바텐더 루이스 폰 투허는 최근 많은 손님들이 의식적으로 술을 줄이려 한다고 BBC에 말했다. 소버 큐리어스는 ‘술에 취하지 않은’이란 뜻의 소버(sober)와 ‘궁금한’이란 의미의 큐리어스(curious)를 합한 신조어. 이 문화가 확산하며 글로벌 곳곳에서 신풍토가 나타나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가 뜨는 獨

옥토버페스트란 맥주 축제로도 유명한 독일에서조차 맥주는 수난을 겪는 중이다. 건강을 챙기는 요즘 독일인들이 점차 술을 멀리하며 맥주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연간 맥주 판매량(무알코올 맥주 제외)은 83억L로, 2014년 96억L에 비해 13% 넘게 감소했다. 독일에선 유럽 축구 선수권까지 열려 맥주 붐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장기적 하락세를 피하지 못 했다. 반면 독일 내 무알코올 맥주의 인기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독일에서 2023년 한 해 동안 무알코올 맥주의 판매량(5억5600만L)은 2013년(2억6700만L) 대비 109% 늘었다. 뮌헨의 양조장 ‘에르딩거’에선 요즘 전체 주류 생산량의 25%를 무알코올 맥주가 차지한다고 한다. 젊은 층 사이에서 무알코올 맥주가 인기를 얻자, 에르딩거 최고경영자(CEO) 슈테판 크라이츠는 이를 에너지 드링크 대신 즐길 수 있는 음료로 홍보하고 나섰다.

독일뿐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특히 젊은 세대 중심으로 술을 멀리하는 경향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예컨대 매해 1월 한 달 동안 술을 마시지 않는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 참가자는 급증하고 있다. ‘술 없는 1월’이란 이 캠페인은 2013년 영국에서 시작됐는데, 캠페인 첫해 참가자는 4000명에 그쳤지만 올해는 미국에서만 750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한다. 특히 Z세대 사이에선 건강 효과를 노린 간헐적 단식과 비슷한 금주 캠페인으로 여겨져 높은 참가율을 보였다. 소비자 분석 업체 시빅사이언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드라이 재뉴어리 참가 비율은 21~24세가 35%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앙꼬 없는 찐빵? 술 없는 바도 인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술을 멀리하는 2030세대를 겨냥한 ‘알코올 프리 바(알코올을 제공하지 않는 술집)’도 주류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알코올 프리 바로 알려진 ‘노 모어 카페(No More Cafe)’ ‘헤카테(Hekate)’ 등을 예로 들며, “‘밤 문화에는 참여하고 싶지만, 사회생활의 윤활유가 꼭 알코올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을 위한 제3의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무알코올 위스키나 와인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제품을 찾는 주요 고객층은 술을 마시는 건 꺼리지만, 와인과 증류주가 주는 분위기는 즐기려는 이들이다. 특히 증류주에는 아답토젠 같은 스트레스 완화나 체력 증진을 돕는 천연 성분까지 함유돼 있어 고객들의 선호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알코올 시장에 투자자들도 ‘눈독’

무알코올 음료(알코올이 없거나 극소량만 포함하면서도 주류와 유사한 맛을 내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3년 문을 연 무알코올 음료업체 ‘더 제로 코’는 첫해 매출이 예상치의 세 배나 웃돌았다. 또 다른 업체인 ‘마리골드’에는 주(州) 전역에서 고객이 찾아올 정도였다고 한다. 시장조사기관 투워즈FNB는 지난해 1조3080억달러였던 글로벌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2034년에는 2조69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 가능성에 투자자들도 무알코올 음료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 사모펀드 운용사 제너럴 애틀랜틱은 지난해 7월 미 최대 무알코올 맥주 제조사 ‘애슬래틱 브루잉’에 대한 5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