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지난 8월부터 인도산 제품에 제재성 추가 관세 25%를 얹어 총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세 인상이 인도 경제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까요. 저는 그 영향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봅니다. 우선 인도의 대(對)미국 수출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에 불과합니다. 또 미국 정부는 인도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지만, 여러 면제 조치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관세율은 38% 수준입니다. 섬유·귀금속·자동차 부품 등 일부 산업에선 미국의 관세 인상이 ‘역풍’으로 작용하겠지만, 이 역시 양국 간 협상을 통해 조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제는 인도 경제가 가진 ‘기회’를 봅시다. 우선 거시 경제의 체력이 탄탄합니다. 2024~20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GDP 성장률은 6.5%였습니다. (청년층 인구 비율이 높은) 인도의 긍정적인 인구 구조와 증가하는 서비스 수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장기 집권에 따른) 정부 정책의 연속성은 앞으로 중장기 GDP 성장률이 지난 10년 평균인 6.1%를 크게 웃돌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재정·통화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여력도 충분합니다. 인도 정부의 재정 적자는 GDP 대비 4.8%까지 낮아졌습니다. 경상수지 적자 역시 GDP 대비 0.6% 수준입니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를 기록했습니다. 인도 중앙은행은 최근 1년 동안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며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도는 전통적인 제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등 제조업 육성 정책을 통해 제조업 비율을 GDP의 25% 수준까지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도가 청년층 인구 비율이 높은 ‘인구 보너스’를 잘 살리려면 제조업 일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 제조업 분야로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 유입이 70% 증가해 1650억달러까지 늘어나는 등 성과도 있었습니다.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반도체 산업의 후발 주자이지만, 반도체 설계 인력의 20%가 인도 출신입니다. 인도는 2030년까지 반도체 후공정(OSAT·패키징 및 테스트) 시장 점유율 10~1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인도는 2027년까지 전 세계 AI 인력의 16%에 해당하는 120만명 이상의 AI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인도 내부의 AI 관련 시장 역시 2027년까지 현재의 세 배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AI 인프라 분야에서 여전히 미국·중국·한국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전통적인 IT 서비스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서서히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