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가 중국 사업 지분 60%를 매각했다. 지난 3일 스타벅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스타벅스는 중국 내 사업 운영을 위해 보위캐피털과 합작 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며 “보위가 중국 내 사업 지분의 최대 60%를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1999년 중국에 첫 매장을 열고,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을 함께하며 커피 문화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스타벅스 전체 매출의 약 8%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스타벅스가 핵심 시장의 지분 절반 이상을 내준 이유는 무엇일까. WEEKLY BIZ는 세계를 호령하는 ‘커피 제국’ 스타벅스가 최근 중국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짚어봤다.
◇중국서 ‘일보 후퇴’한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이번 지분 매각이 중국 시장에서 ‘다음 장(next chapter)’을 열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었다는 입장이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보위의 풍부한 현지 지식과 전문성은 특히 중국 내 소도시와 새로운 지역으로의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보위와) 함께 중국에서 스타벅스의 역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장을 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위캐피털은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손자인 장쯔청이 공동 설립한 회사인 데다 홍콩·베이징·상하이 등 곳곳에 지사를 두고 있는 만큼 현지 파트너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단 뜻이다. 스타벅스는 보위캐피털과 함께 중국에 있는 매장 8000여 개의 공동 운영을 시작으로, 향후 현지 매장 수를 최대 2만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이 같은 설명에도 반응은 냉랭했다. 로이터는 “스타벅스는 1999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중국의) 커피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최근 스타벅스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4%에서 지난해 14%로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는 이번 지분 매각이 중국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시장 내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상황에서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토종 브랜드 공세에 속수무책
스타벅스가 중국 시장에서 한발 물러난 주된 원인 중 하나로는 중국 토종 커피 브랜드들의 부상이 꼽힌다. 최근 중국 경기가 주춤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어려워진 가운데 토종 커피 브랜드들이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를 앞세워 고가(高價) 이미지를 가진 스타벅스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판매되는 스타벅스의 카페라테 한 잔 가격은 33위안(약 6800원)인 반면, 루이싱커피와 코티커피 등 토종 브랜드들은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해 9위안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같은 음료를 3분의 1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소비자들은 비용에 민감해지고, 국내 경쟁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외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가격 경쟁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스타벅스는 몇 년 새 매출이 줄었고, 중국 시장 점유율도 감소했다”고 전했다. 토종 브랜드들이 가격 전쟁에 뛰어든 반면 스타벅스는 기존 가격 방어 전략을 유지하며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프리미엄 원두보다 소셜미디어에서 눈길을 끄는 핫한 메뉴가 인기를 끄는 점도 한몫했다. 토종 브랜드들은 코코넛 밀크 라테, 치즈크림 버블티 등 새로운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내에서도 스타벅스가 7분기 연속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면서 “젊은 세대는 시원하고 달콤하면서 드라이브스루 셀카를 찍기 좋은 음료를 원한다. 어느 쪽이든, 스타벅스는 더 이상 지역 상권의 주인공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中 내수 시장 부진까지
스타벅스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보위캐피털과 함께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지만 길어지는 중국의 내수 시장 부진은 당분간 스타벅스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8월 전년 같은 달 대비 0.4% 감소한 데 이어 9월에도 0.3%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0.2% 상승하며 소폭 반등했지만 중국의 최대 연휴인 국경절 특수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이 많다.
중국의 물가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까지 나오자 글로벌 대기업들의 중국 철수 조짐도 나타난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최근 중국 사모펀드인 CPE위안펑은 미국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RBI)이 보유한 버거킹의 중국 지분 83%를 인수했다. 앞서 지난 2022년 11월 미국 의류업체 갭도 중화권 사업권을 중국 업체 바오쭌에 매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기업들마저 중국에서 기를 펴지 못한 채 조금씩 발을 빼고 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