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에르만 탈레스 수석 부사장/탈레스

디펜스 테크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은 최근 어떤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을까. WEEKLY BIZ는 세계 톱10 방산 기업에 꼽히는 탈레스의 마르코 에르만 수석 부사장을 지난달 21일 화상으로 만나, 그가 말하는 ‘다음 전쟁의 기술’을 들었다.

◇육·해·공 아우르는 ‘AI 드론 군단’

-탈레스가 가장 주력해 개발하는 방위 기술은.

“최고 우선순위를 꼽자면 단연 인공지능(AI)이다. (탈레스는 AI 기술을 탑재한 레이더·드론·무인 항공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스는 AI뿐 아니라 센서, 통신, 사이버 보안과 같은 다양한 핵심 인프라 기술에도 투자하고 있다. 최근 기술 발전으로 전투 양상이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다. 드론을 날려 시설을 파괴하는 물리적 공격부터 데이터를 해킹하는 사이버 공격까지 혼합된 일종의 ‘하이브리드 전쟁’ 시대다. 탈레스는 이런 복합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연구·개발(R&D) 인력을 3만3000명 두고 있으며, 해마다 42억유로(약 7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나 시스템에 집중하나.

“드론이다. 드론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전자공학, 광자학, 전력 시스템, 소재 등 각종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기술력을 총동원해 더 작고, 더 가볍고, 더 효율적인 드론을 만들고 있다. 또 하늘을 나는 드론뿐 아니라 바다와 땅에서 움직이는 드론도 함께 연구 중이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크고 작은 드론이 한 무리처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이종 군집(서로 종류가 다른 개체가 무리를 이룬 집단)’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드론에 AI는 어떻게 활용되나.

“AI는 드론의 작전 수행 능력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 군사용 AI는 민간에서 쓰이는 상업용 AI와 다르다. 상업용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며 각종 질문에 답한다면, 군사용 AI는 각각 고유의 역할과 알고리즘이 있다. 드론 한 대에도 지형 분석, 경로 최적화, 에너지 관리, 내구성 유지 등을 위한 AI가 각각 있다. 거대한 AI 하나가 아니라 여러 AI 블록이 한 시스템을 완성하는 셈이다.”

◇양자 기술로 정확도 크게 높여

-눈여겨보는 또 다른 기술은.

“양자 기술이다. 우리의 양자 연구는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센싱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여겨보는 분야는 양자 센싱이다. 대표적으로 탈레스는 민간 항공기의 자이로스코프(기체의 회전과 기울기, 방향을 감지하는 장치)에 양자 기술을 적용해 종전보다 성능을 1000배는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정확도를 높이는 원리는.

“항공기는 자이로스코프와 위성 항법 시스템(GPS) 등을 함께 사용해 비행 경로와 예상 도착 시각 등을 계산한다. 항공기 자체 시스템만으로는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GPS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 기술을 활용하면 GPS 없이도 비슷한 수준의 정확도를 낼 수 있다. 위성이 공격을 받거나 신호가 교란되는 상황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양자 센서의 또 다른 이점은.

“양자 센서는 저주파 탐지에 상당히 유용하다. 저주파는 파장이 길기 때문에 측정하려면 대형 안테나가 필수다. 하지만 양자 센서는 손가락 한 마디 크기면 충분하다. 크기를 감안하면 이전보다 100배 뛰어난 감지 능력을 갖춘 셈이다.”

-민간에서 양자 기술은 어떻게 쓰이나.

“양자 통신이 대표적이다. 현재 인터넷 보안의 핵심은 ‘RSA 암호 키’로, 인터넷상 모든 신분증, 여권, 문서 등의 보안에 쓰인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이 암호 체계가 사실상 무력해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결국 양자 해킹에 대응할 새로운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탈레스는 현재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선정한 4가지 양자 대항 알고리즘 중 하나를 개발해 통신 서비스나 은행 카드 암호화에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