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자키시 아오시마에 있는 낫어호텔의 별장. 낫어호텔은 여러 명이 '공동 소유'로 별장을 나눠 소유하고, 쓰지 않는 날엔 일반 고객에게 숙박용으로도 빌려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한다. /낫어호텔 홈페이지

입맛에 맞는 쌀 추천으로 유명한 ‘아코메야’는 브랜드 이름부터 흥미롭다. 쌀집을 일본어로 ‘코메야(米屋)’라고 하는데, 여기에 접두사처럼 ‘아(a)’를 붙여 고유명사로 만들었다. 이때 ‘아(a)’는 ‘비대칭’을 뜻하는 영어 단어 ‘어시메트리(asymmetry)’의 예처럼 ‘~가 아닌’이란 의미로 쓰였다. 아코메야는 “우리는 쌀을 파는 게 아니라 한 끼의 행복을 판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름에 ‘부정형’을 담아 기존 산업의 틀을 바꾸려는 브랜드가 있다. 2020년에 등장한 ‘낫어호텔(NOT A HOTEL)’도 그중 하나다. 낫어호텔은 “우리는 호텔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일반 호텔과 다를까.

낫어호텔은 별장과 호텔이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가운데 2020년에 탄생했다. 아이디어를 낸 하마우즈 신지는 1983년생으로, 별장을 호텔처럼 운영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기술은 이미 갖고 있었다. 문제는 건축 자금이었다. 그래서 그는 별장을 지은 뒤 파는 대신, 먼저 ‘팔고 나서 짓는’ 방식을 떠올렸다. 3D(차원) 모형을 먼저 공개해 건축 자금을 모으는 식이다.

예를 들어 80억원짜리 별장 한 채를 짓는다고 하자. 이 돈을 한 번에 낼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낫어호텔은 ‘공동 소유’ 방식을 도입했다. 12명이 함께 별장을 소유하고, 각자 연 30일씩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 사람당 약 7억원만 부담하면 된다.

만약 30일을 다 쓰지 못한다면 사용하지 않는 날짜를 일반 고객에게 숙박용으로 빌려주고 그 수익을 소유주에게 돌려준다. 즉, 별장을 혼자 사는 부담은 줄이면서 투자자이자 이용자가 될 수 있는 구조다.

이 모델은 타임셰어와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낫어호텔의 소유권은 실제로 지분으로 나뉘어 거래가 가능하다. 단순한 숙박권이 아니라 부동산 자산으로 사고팔 수 있는 ‘조각 소유’ 형태다. 2021년 낫어호텔은 “80억원짜리 별장을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콘셉트로 등장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낫어호텔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이달 초 ‘바로 판매’ 버튼을 새로 도입한 것이다. 이 기능은 쉽게 말해 별장 지분의 중고 거래 기능이다. 기존에는 자금이 모여야 건축이 시작되기 때문에, 별장을 사도 실제로 이용하기까지 2~3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낫어호텔이 알려지면서 “지금 바로 쓸 수 있는 별장은 없느냐”는 문의가 늘어났다.

회사는 보유한 미판매 지분을 내놓아 수요에 대응했지만 곧 물량이 부족해졌다. 그래서 기존 소유주에게 “20% 정도의 프리미엄을 얹어드리겠다”며 지분을 다시 사들이려 했지만, 대부분 실제 이용자라 응하지 않았다.

하마우즈 대표는 “이 시장은 명백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충족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고객들 사이 희망 가격을 제시해 지분을 사고파는 ‘바로 판매’ 기능을 과감히 도입했다. 이제 낫어호텔은 클릭 한 번으로 구매부터 운영, 매도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앱 안에서 별장 지분을 사고팔 수 있는, 일종의 ‘즉시 매각 시장(세컨더리 마켓)’을 스스로 만든 셈이다.

80억원짜리 별장을 살 수 있는 계층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소유권을 분할해 약 7억원으로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면, 게다가 그 권리가 거래 가능하고 가치 상승의 여지도 있다면, 구매층은 훨씬 넓어진다. 또한 소유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고급 호텔 숙박 이상의 특별한 체험을 원하는 고객층도 있다. 낫어호텔은 이런 다양한 수요를 모두 포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고객 범위를 넓히려면 가격을 낮추거나 저가형 서브 브랜드를 내놓는 방식을 택한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고객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낫어호텔이 그렇게 했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