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한국 경제를 둘러싼 경고음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등 거센 파도가 연이어 몰아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격동의 2026년, 한국 경제는 어디로 향할까. WEEKLY BIZ는 경제·산업계 전문가 34인과 함께 ‘2026 한국 경제 대전망’을 집필한 오철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를 지난 23일 만나 한국 경제의 위기와 해법을 들어봤다. 오 교수는 기술보증기금(KIBO) 자문위원, 한국 재정정책학회 이사 등을 지냈으며 국내 기술 경제학 전문가로 손꼽힌다.

'2026년 한국 경제 대전망' 대표 저자인 오철 상명대 교수가 지난 23일 WEEKLY BIZ와 만나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을 통한 산업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경식 기자

◇위기① 한미 협상發 산업 공동화

-현재 한국 경제를 둘러싼 최대 난관은.

“한국과 미국 간 상호 관세 협상 자체는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잘 봉합된 것 같다. 특히 미국이 요구한 대미 투자 3500억달러 중 직접 투자의 연간 한도를 200억달러로 합의하면서 외환 유출 부담이 크게 줄었다. 다만 한국이 미국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이는 국내 산업의 공동화(空洞化)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국내 산업의 공동화는 무슨 의미인가.

“한국 기업들의 제조 시설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국내 산업 구조에 공백이 생긴다는 뜻이다. 미국에 수천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면 기업들이 국내에 그만큼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커진다. 정확한 대미 투자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막대한 자본이 나라 밖으로 유출되는 상황은 국내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국내 고용을 줄일 가능성도 있나.

“없진 않다. 물론 해외 투자가 성공해서 기업의 사업 규모가 커지면 국내 고용을 늘릴 수도 있다. 해외 사업이 커지면 이를 관리·지원할 국내 인력도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면성이 있는 셈이다.”

◇위기② 중국 시장 침체

-국내 기업들의 또 다른 어려움은.

“중국의 내수 시장 침체다. 단순히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든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중국 기업들이 내수로 재고 소진이 어려우니 해외로 ‘덤핑’ 판매 전략을 쓰고 있다. 이에 값싼 중국산 제품들이 밀려 들어오면서 대표적으로 한국의 철강과 석유화학 업계가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안 그래도 수출이 부진하고,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크다.”

-중국발 리스크는 계속될까.

“우선 중국의 내수 시장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덤핑 판매는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철강 업계에서도 중국의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됐고, 중국 기업들도 마냥 손실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구조 조정을 단행하고 있단 얘기가 나온다. 내년 하반기쯤 중국의 덤핑 판매가 끝나면 국내 기업들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한다.”

◇위기③ 잠재성장률 저하

-대내적인 경제적 위기는.

“잠재성장률(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 저하가 걱정이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건 국가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현 정권은 정부 지출을 크게 늘리는 확장 재정과 AI 투자를 통한 산업 혁신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 같다.”

-정부의 지출 확대 기조는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 자료를 보면 2026년 정부의 총지출 규모는 728조원이다. 올해(673조3000억원) 대비 8.1% 증가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물가 상승과 국가 채무 부담 증가다. 물론 정부 지출 확대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겠지만, 이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중요하다. 정부는 이번에 8.1% 늘리고 다음부터 해마다 5%, 4% 등 인상 폭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인데, 최소한의 국가 부채 관리 계획은 반드시 지켰으면 한다.”

-정부의 AI 투자 계획에 대한 생각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내년도 예산안도 AI 연구·개발(R&D)과 그래픽 처리 장치(GPU) 구입 등에 많은 비중을 두고 편성돼 있다. 한국은 자체 검색엔진이 있는 소수의 나라 중 하나일 만큼 IT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AI 3대 강국’도 꿈같은 얘기만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해관계나 정치 논리에 따라 ‘나눠 먹기식’ 예산 집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AI 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지역 균형 발전에 휘둘려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짓고, 중소기업 육성을 내세우며 예산을 여기저기 나눠 주는 ‘정부 실패’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성장률 높이려면 노동 유연화 필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개인적으로 10년 전부터 노동 유연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성장률을 높이려면 구조 조정을 통한 효율화가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인력 해고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고, 최근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까지 통과됐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키우고, 투자를 위축시킬 것으로 본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보고 적응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노란봉투법의 취지와 달리) 역설적으로 AI와 로봇 도입을 가속화할 수 있다.”

-내년 주식과 부동산 전망은.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상승한 측면이 있어서 당분간 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건 맞는다. 하지만 전체 추세를 보면 우상향할 것으로 본다. 미국이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가장 큰 호재다. 역사적으로 미국 금리와 주가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도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라 이런 ‘유동성 장세’가 주가를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은 특히 내년 들어 서울 중심으로 입주 물량이 크게 준다. 이에 집값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추격지수

특정 국가의 구매력 기준 1인당 소득과 전 세계 경제에서 이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경제 규모 지표)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경제 분야 1위국과 발전 수준을 비교 평가한 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