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증권사 거래 앱을 자주 켜고, 떨어지면 일부러 외면한다. 잔액을 보는 것이 괴롭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의 대가 조지 로언스타인 카네기멜런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 경제 학술지 ‘리뷰 오브 이코노믹 스터디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들이 ‘정보를 보는 행위 자체’에서 쾌락이나 고통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를 ‘주의 효용(attention utility)’이라 불렀다. 꼭 새로운 소식을 얻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좋은 결과를 다시 보는 것만으로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영국 대형 증권사 바클리의 개인 투자자 약 10만명의 계좌 데이터를 분석했다. 로그인 기록을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인 흔적으로 보고, 이를 주가 등락과 비교한 결과가 흥미롭다. 투자자들은 주식이 올랐을 땐 계좌를 자주 확인했지만, 손실이 나면 로그인 횟수가 크게 줄었다. 심지어 주말처럼 시장이 닫혀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 날에도, 전날 수익이 난 투자자들은 다시 계좌를 열어봤다. 기분 좋은 화면을 보고 싶은 마음이 행동을 이끈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런 ‘주의의 편향’이 실제 투자 행동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연구에 따르면 손실이 난 투자자들은 단순히 계좌를 덜 열어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로그인이 줄었고 매매 활동 자체도 위축됐다.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는 계좌 접속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국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불쾌한 화면을 피하려다, 필요한 매매 기회까지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주의 효용’을 실험으로도 확인했다. 실제 투자자들에게 자신이 가진 주식의 최근 성과를 알려주고, 그 종목과 관련된 추가 설문에 참여하면 돈을 주는 실험이었다. 주가가 오른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설문에 참여했지만, 내린 사람들은 참여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보상을 두 배로 늘려도 결과는 같았다. 돈보다 ‘불쾌한 정보를 피하는 편안함’을 더 중시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은 요즘 우리의 일상에도 깊숙이 스며 있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6시간, 10대는 8시간을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손에 쥔 화면 속에서 늘 ‘좋아요’ ‘상승 그래프’ ‘칭찬 알림’이 끊임없이 뜬다. 반면 카드 명세서, 입장이 다른 유튜브 영상, 하락한 포트폴리오 종목처럼 불편한 정보는 애써 외면한다. 기분 좋은 정보만 소비하기 쉬운 환경에 우리는 살고 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익이 날 때만 시장을 들여다보고, 손실이 나면 화면을 닫는다면 배움이 있을까. 하락의 원인을 이해하고, 알아야 할 정보는 알아야 도움이 된다. 손실을 마주하지 않으려다 보면, 필요한 리밸런싱(포트폴리오 비율 재조정)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이미 매력이 떨어진 종목을 오래 들고 가거나, 반대로 잠재력이 높은 자산을 제때 늘리지 못해 수익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오른 종목을 더 본다고 더 올라가지 않는다. 부족한 것을 마주할 때 배움이 생긴다. 달콤한 정보에만 머무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