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차량 기지 부지를 재개발해 조성한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6층 규모 복합문화공간 '더 뮤지엄 오브 내러티브'의 모습.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홈페이지

도쿄 도심의 차량 기지 부지를 재개발해 조성한 복합 시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가 지난달 본격 오픈했다. JR동일본이 20년에 걸쳐 6000억엔(약 5조7000억원)을 투자한 대형 프로젝트다. 10ha의 부지에 건물 5개 동이 들어섰다. 남북 길이 1.6㎞, 연면적 85만㎡에 달하는 초대형 복합 개발 사업의 결과물이다. 사업 주체인 JR동일본은 일본 최대의 철도 여객회사로, 지난해 기준으로 연매출 2조9000억엔, 당기순이익 2000억엔, 종업원 수 7만명 규모의 회사다.

숫자의 감을 잡기 위해 여전히 화제를 모으는 도쿄의 대형 복합 단지 ‘아자부다이 힐스’와 비교해보자. 일본의 부동산 재개발 회사 모리빌딩은 아자부다이 힐스를 짓기 위해 30년 이상 주민과 협의해 8.1ha의 부지를 확보했다. 사업비 6400억엔을 들여 2023년 문을 열었는데, 330m 높이의 JP타워와 레지던스 A·B 등 초고층 건물을 중심으로 다수의 저층 동이 결합해 있다. 연면적은 86만㎡에 달하므로 두 프로젝트의 규모는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오픈이면 오픈이지, 왜 굳이 ‘본격’이란 단어를 썼을까. 지난 3월에 사전 오픈을 했고, 이번이 본격 오픈, 그리고 내년 봄이 그랜드 오픈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 단계에 걸쳐 문을 연다는 뜻이다. 베일에 감춰둔 뒤 한꺼번에 멋진 자태를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프로젝트를 위해 JR동일본은 시나가와역과 다마치역 사이에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역을 새로 만들었다. 이 역이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지난 3월이었지만, 당시 건물은 아직 공사 중이었다. 내부는 휑했고, 꽃집·커피 전문점 등 극소수의 점포만 들어와 있었다. 건물 내부 일부는 팝업 전시 공간으로 활용돼 일본 철도의 역사와 미래상을 소개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사전 오픈이란 표현을 썼던 것이다.

JR동일본은 리테일 사업의 비율도 13%에 달한다. 역사형 쇼핑몰 브랜드 ‘뉴오만’이 이번 가을에 입점했다. 5개 동의 건물이 동시에 완공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2개 동이 완공됐고, 승인 절차가 끝났으니 바로 리테일 점포를 입주시켜야 했다. 약 180개의 점포를 입주시킨 뒤 ‘본격 오픈’이라며 행사를 열었다.

그렇다면 ‘그랜드 오픈’ 때는 무엇이 더 생길까.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5개 동 가운데 나머지 3개 동이 모두 문을 연다. 특히 이 중 1개 동은 6층 규모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조그마한 건물이 바로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의 명물이다. 이름하여 MoN(the Museum of Narratives), 수많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전통 예능, 만화, 애니메이션, 음악, 음식 등 일본 문화에 최신 기술을 결합해 몰입형 라이브 퍼포먼스 체험 프로그램을 반기별로 선보일 예정이다. JR동일본은 철도 회사라는 강점을 살려 지방과의 연계도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 어떤 모습이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는 ‘100년 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실험장’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100년이라니 너무 먼 미래처럼 들리지만, 미쓰이부동산도 ‘니혼바시 르네상스 100년 계획’을 추진 중이고, 모리빌딩의 복합 재개발도 1986년 아크 힐스, 2003년 록본기 힐스, 2023년 아자부다이 힐스로 이어지며 ‘수직 정원 도시’라는 철학을 실현해오고 있다.

국가 간 경쟁력 못지않게 글로벌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이다. 100년 후인 2125년, 서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까. 도시는, 농어촌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먼 미래를 그려보고 거꾸로 시간을 돌려 현재 상태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 백캐스팅(backcasting)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찾아봐야 할 시점이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