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반짝임이 계속될까. 금 가격은 올 들어 지난달 24일까지 달러 기준으로 44.2% 오르며 올해 미국 주식 수익률의 세 배를 넘어섰다. 뜨거운 코스피가 금의 원화 기준 상승률(36.9%)을 웃돌았지만, 미국의 통상 정책과 여전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많은 이가 금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금 투자에는 정밀한 타이밍이 요구된다. 주식의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듯, 금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가 금의 마법 같은 헤지 효과를 언급하지만, 금은 결국 수익도, 배당도 없는 원자재일 뿐이다. 물론 최근에 가파르게 상승하기는 했다. 하지만 달러 기준 데이터를 통해 장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금본위제를 완전히 폐지한 이후 1974년 이래로 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달러 기준 6.8%를 기록했다. 미국 주식의 수익률은 거의 그 두 배다. 마찬가지로 코스피는 1985년 출범 이후 배당금을 제외하고 연평균 8.0%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금은 원화 기준 7.5%에 그쳤다.

장기 수익률이 낮다면 변동성도 작아야 하지만 금은 그렇지 않다. 연간 수익이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를 보여주는 1년 표준편차를 살펴보자. 1974년 이후 S&P500의 표준편차는 15.4%였는데, 금의 표준편차는 달러 기준 18.8%로 더 컸다. 한편 코스피의 변동성은 1985년 이후 25.9%로 더 높았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이지, 금 투자를 늘리라는 뜻은 아니다.

변동성이 높고 수익률이 낮은 금으로 큰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기회는 드물고 그 사이에는 긴 침체와 하락이 존재한다. 예컨대 금은 1980년 1월 21일 온스당 850달러로 정점을 찍었지만, 그 수준을 다시 회복한 것은 28년 뒤인 2008년 1월 2일이었다. 원화 기준으로는 2011년 9월 20일 206만6061.5원에 도달했지만, 이후 4년 동안 41.0% 폭락하며 2020년 4월 14일에야 그 가격을 회복했다.

따라서 금 투자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금이 관세나 인플레이션을 막아주는 헤지 수단이거나 약세장의 안전한 피난처라는 믿음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22년 원화 기준 금의 최고가는 3월 8일에 기록했는데, 이후 금은 코스피, S&P500과 함께 11.6% 하락했다. 안전한 피난처가 아닌 것이다. 당시 금은 40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피하지도 못했다. 금이 다시 오를 즈음에는 주식도 함께 상승하고 있었다. 훌륭한 헤지(위험 회피)라면 주식이 떨어질 때 올라야 한다.

관세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을 때, 원화 기준 금은 코스피를 웃돌았지만 글로벌 주식에는 뒤처졌다. 달러 기준 상승률도 S&P500에 못 미쳤다. 최근 반짝이는 금에 속아서는 안 된다. 어떤 것이든 뜨거운 열기를 좇아 매수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