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싱가포르 투자사 '세비오라'의 탕 샤오칭 총괄이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초고액 자산가들은 이른바 ‘바벨 전략’을 적극 활용합니다. 한쪽에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한편 다른 쪽에선 장기 성장을 추구하는 식이죠.”

‘부자 중의 부자’라 불리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 관리를 해주는 ‘패밀리 오피스’ 관리자가 분석한 부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이랬다. 탕 샤오칭 세비오라(Seviora Holdings) 프라이빗 웰스(PW) 총괄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WEEKLY BIZ와 만나 “(고액 자산가들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 사이클로 들어서자, 사모 대출(private credit)이나 실물 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포트폴리오

-패밀리 오피스를 찾는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 특성은.

“한쪽에선 ‘안정적 수익’을, 다른 한쪽에선 ‘장기 성장’을 추구한다. 고액 자산가들은 안정적 수익 측면에선, 연준의 금리 인하 추세에 따라 (경기 침체에 비교적 강한 부동산 등) 실물 자산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장기 성장 측면에선 인공지능(AI), 반도체, 디지털 인프라 등 미국 대형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비상장 성장기업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더 많은 기업이 상장 전 단계에 장기간 머무르며, 공모 이전 사모 시장에서 의미 있는 가치 창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별 초고액 자산가들의 특징이 있나.

“문화적 요인과 세대적 특성 차이로 아시아 투자자들은 유럽보다 현금화가 빠른 상품, 즉 유동성이 높은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 같다. 유럽의 초고액 자산가들이 폐쇄형 사모펀드 같은 장기 상품에 익숙한 반면, 아시아의 1세대 자수성가형 오너 일가는 여전히 자산을 직접 굴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시장 상황이 바뀌면 곧바로 자산을 옮길 수 있는 유연성을 최우선으로 본다.”

◇싱가포르, 패밀리 오피스 육성에 적극

-싱가포르에 패밀리 오피스가 크게 불어난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기조가 가장 크다. 싱가포르 통화청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자산가들의 개인 자산 관리 회사인) ‘싱글 패밀리 오피스(SFO)’에 대한 인센티브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신청 서류 축소, 보고 의무 완화, 적격 투자 범위 확대 등이다. 특히 보고 의무 경감과 승인 기간 단축은 소규모 SFO 초기 운영 부담을 완화해 싱가포르 내 SFO의 설립과 성장을 촉진한다. 세제 혜택도 중요하다. 싱가포르는 운용 자산 규모, 국내 투자 비율 등의 요건별로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의미 있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관련 교육 기관과 협업해 자산 관리 전문 인재, 법률 전문가 등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기도 하다.”

-왜 정부 차원에서 패밀리 오피스 육성책을 펼치나.

“이들의 부(富)를 싱가포르에 유치하는 게 국가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고액 자산가들의 합법적인 자금이 자국 내로 들어오고 오랜 기간 싱가포르에 머무르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의 ‘부킹 센터(booking center·자산이나 거래의 회계와 법적 거점)’로, 홍콩과 스위스, 중동 같은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 패밀리 오피스 시장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한국 시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기관 투자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다만 한국은 사모 시장에 대한 자산 배분 비율이 2~5%로 상당히 낮다. 싱가포르도 불과 5년 전만 해도 2~3% 수준이었지만, 몇 가지 노력을 통해 이를 10% 정도로 끌어올렸다. 그 첫 번째는 교육이었다. 금융 기관 상품 담당자와 고객 관리 매니저들, 그리고 고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장 수요에 맞는 올바른 상품을 제공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자산 배분 전략도 중요하다. 많은 아시아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만 바라보다가 위험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시장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보다 시장에 오래 머무는 것이 투자에 있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