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첨가물 무첨가 정책은 ‘레이즈(Lay’s)’와 ‘토스티토스(TOSTiTOS)’뿐 아니라 2026년까지 전 제품 포트폴리오로 확대될 것입니다. 첨가물 없이 구현한 맛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보시죠. 고객들은 잔뜩 기대하고 있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펩시콜라를 만드는 글로벌 식음료 회사 펩시코(PepsiCo)를 이끄는 라몬 라구아르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열린 3분기(7~9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입맛을 돋우는 색과 침샘을 자극하는 감칠맛을 내기 위해 각종 첨가물을 사용해온 펩시코가 ‘인공 첨가물 퇴출’에 앞장서겠다고 선포한 셈이다.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아동 비만과 성인 만성질환 증가 등을 문제 삼으며 식품첨가물 규제를 강화하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라는 이름의 건강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주요 식음료 기업들이 인공색소를 줄이고 단백질·천연 성분 함량을 높이는 등 캠페인에 동참한 가운데 펩시코가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펩시코가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펩시코 순매출은 239억3700만달러(약 34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3억1900만달러에 비해 2.6% 늘었다. 높아진 관세 탓에 원재료 수입 비용이 늘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8% 감소하는 등 타격이 있었지만 견조한 해외 판매 덕에 매출은 선방한 셈이다. 미 정부의 ‘MAHA’ 동참 압력이 이어지는 데다, 중국·유럽 등 글로벌 내수 시장의 부진까지 겹친 가운데 펩시코는 어떤 생존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WEEKLY BIZ는 펩시코의 3분기 실적 보고서와 실적 발표회 발언 등을 통해 펩시코의 사업 구상을 들여다봤다.
◇MAHA에 발맞춰 건강식 강화
펩시코의 이번 3분기 실적 발표회 키워드는 단연 ‘건강’이었다. 회사는 주요 브랜드 전반을 건강한 제품으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펩시코는 실적 보고서에서 “우리는 (제품) 포트폴리오 혁신을 가속하고 20억달러 규모 이상으로 ‘건강 염려 없이 즐길 수 있는(permissible)’ 제품군을 확장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레이즈와 토스티토스 등 대형 브랜드에서 인공색소·향료가 없는 제품을 선보이고, 미스 비키즈(Miss Vickie’s), 레이즈 케틀(Lay’s Kettle) 등 일부 브랜드 제품에 아보카도 오일과 올리브 오일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사의 브랜드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인공 첨가물은 줄이고, 건강한 오일을 앞세워 ‘웰빙 라인’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펩시코는 단백질과 섬유질 함량을 높인 제품 출시도 예고했다. 이날 라구아르타 CEO는 “소비자들이 아침에 ‘도리토스 프로틴’과 ‘퀘이커(Quaker) 프로틴’ 같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 제품을 찾고 있다”며 “단백질 관련 (제품) 혁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섬유질이 차세대 단백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섬유질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미국 소비자들의 식단에서 섬유질은 부족한 상황인 만큼 앞으로 섬유질 함량이 높은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강한 식품을 찾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단백질이나 섬유질 등 좋은 영양소의 함량을 높인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겠다는 얘기다.
◇원가 상승에도 마진 개선 자신감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는 건강식 제품 출시 확대에 따라 생산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펩시코 측은 다만 “원가도 오르지만 마진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구아르타 CEO는 “포트폴리오 변화로 원가가 오르겠지만 가격도 함께 오를 것”이라며 “앞으로 마진은 꾸준히 개선될 것이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제품) 혁신은 결국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펩시코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 절감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라구아르타 CEO는 “(비용 절감을 위해) 가장 생산 효율이 낮은 오래된 시설들을 없애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일부 지역 사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창고 시설을 효율화하고, 과잉 인력을 줄이는 등 시장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펩시코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하나의 북미(One North America)’ 전략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하나의 북미 전략은 북미 시장에서 음료와 식품 사업의 공급망과 유통망 등을 통합하는 게 골자다. 두 사업부를 통합 관리해 비용을 효율화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라구아르타 CEO는 “현재 텍사스에서 (하나의 북미 전략을) 이미 테스트하고 있다”며 “텍사스는 음료 시장 점유율은 낮은 반면 식품 시장은 점유율이 높아 가장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은 꾸준히 성장 중
펩시코는 국내에서 제품 다변화와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해외시장에서도 견조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3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해외 매출은 4% 성장하며 18분기 연속 한 자릿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며 “올해 들어 주요 시장 3분의 2에서 탄산음료 시장점유율이 늘었고, 영국에선 무설탕 펩시 제품이 판매량 점유율 선두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음료 부문의 해외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무설탕 음료 등 신제품들도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호실적에도 라구아르타 CEO는 일부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에 신중해지고 있음을 확인 가능하다”라고 했다. 라구아르타 CEO는 다만 “해외시장에서 무설탕 제품의 성공이 실적 성장의 큰 원동력”이라며 “특히 유럽에서 무설탕 제품이 소비자들을 펩시 브랜드로 이끌고 있고, 무설탕 제품 시장이 전반적으로 성장하면서 우리도 수혜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건강·저렴한 가격까지
라구아르타 CEO는 이날 펩시코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의 세 가지 구조적 변화를 짚었다. 우선 디지털화다. 라구아르타 CEO는 “전 세계에서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추세가 확연해지면서 상품 구성, 구매 방식, 배송 방식 등이 달라지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를 겨냥해 사업을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웰빙이다. 소비자들이 음식 재료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는 만큼 맛뿐만 아니라 (인공 첨가물이 없거나 단백질 함량이 높은 제품 등) 식품 유형에 따라 더 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마지막은 저렴한 가격이다. 라구아르타 CEO는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은 매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고정 생활비는 전 세계적으로 치솟고 있다”며 “당분간 가격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한편, 가격을 제품 선택에 최우선으로 두는 이도 여전히 적잖을 것이란 얘기다.
펩시코는 이와 같은 미래 구상에 발맞춰 신제품 출시 및 소비자 공략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라구아르타 CEO는 “비용 측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생산 구조를 점검하는 동시에 지금과 다른 건강 먹거리를 원할 미래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