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균

현재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CATL 등 중국 기업들의 공세 속에서 한국 기업의 비(非)중국 시장 점유율은 50%에서 30%대로 밀려났습니다. 머지않아 2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여기에 수익성 악화와 경쟁력 하락으로 설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데다 최근 전고체 배터리나 나트륨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더구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리사이클링 등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 경기 변동성에도 강해졌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원가, 기술, 비즈니스 모델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승훈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보스턴컨설팅그룹

더 이상 체질 개선을 미뤄서는 안 됩니다. 원가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배터리 가격은 사실상 원재료 값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라서 광산 지분 확보,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등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술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다변화도 필요합니다. 전기차와 ESS 등 각 시장의 요구가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전고체·소듐·리튬인산철(LFP) 등 각종 배터리 기술의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기업이 모든 기술을 다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특정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상대적으로 중국에 부정적인 북미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가치 사슬 확장에도 공을 들여야 합니다. 중국 기업들이 배터리 생애 주기 서비스(BaaS·Battery as a Service)와 같은 구독형 모델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동안, 한국 기업은 일회성 판매에만 치중해 왔습니다.

혁신은 기술력을 넘어 실행력이 핵심입니다. 배터리 산업은 한국의 수출, 고용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 산업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한국 배터리 산업의 ‘제2의 도약’을 위해 기업들이 과감한 행동에 나설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