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움직이는 영상을 만드는 것과 꾸준히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입니다. 현재로선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중화 가능성과 영향력을 판단하기 이르다고 봅니다.”
라파엘로 단드레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교수는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과 닮은꼴로 움직이는 모습이 화제가 된 테슬라의 ‘옵티머스’ 등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유용할지 미지수란 얘기다. 단드레아 교수는 로봇 자동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기업인이다. 그는 지난 2003년 물류용 로봇 기업 ‘키바시스템스(KivaSystems)’를 창업해 2012년 아마존에 7억7500만달러(약 1조원)를 받고 팔았다. 지금도 세계 최대 가구 업체인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에 재고 관리용 자율 비행 드론을 납품하는 ‘베리티(Verity)’를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산업용 ‘AI 로봇’에 대한 기대가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WEEKLY BIZ는 단드레아 교수와 로봇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해봤다.
◇사람보다 똑똑한 AI 로봇…문제는 ‘경제성’
-최근 주력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새로운 로봇과 로봇 제어용 알고리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연구자는 세상의 ‘한계’를 넓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모든 연구는 기존에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무언가를 해내는 기계를 만들어 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AI 로봇을 위한 머신러닝 플랫폼 ‘사이버러너(CyberRunner)’가 대표적이다. 사이버러너는 AI 로봇이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미로판 위에서 구슬을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움직이는 게임이다. 로봇이 카메라로 구슬의 위치를 확인하며 미로를 빠져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학습을 통해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는 식이다.”
-AI 로봇의 학습 성능은 어떤가.
“일반적인 사람은 5시간가량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미로를 빠져나갔다면 AI 로봇은 15초 만에도 문제를 풀어냈다. 경우의 수를 파악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속도가 인간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인 셈이다.”
-AI 로봇은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다고 보나.
“경제성이 문제다. 로봇은 사람처럼 스스로 회복하고 치료하지 못한다.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 고장 난 곳을 수리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또 로봇이 정교해지고 부품이 많아질수록 비용은 늘어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수리 없이 수년 동안 작동 가능한 로봇 모델들도 나오고 있다. AI 로봇의 상용화는 경제성 있는 로봇의 등장에 달려 있다.”
◇‘로봇 혁신’ 1순위는 물류업
-로봇이 가장 크게 변화시킬 산업은 무엇이라고 보나.
“물류업이 대표적이다. 물류 창고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대부분 매우 지루하고 반복적이다. 위험한 일도 많아 직원을 구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로봇을 통한 자동화가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다. 아마존이 키바시스템스를 인수하고 세계 최대 물류 로봇 회사가 되지 않았나. 로봇의 대규모 도입에 가장 적합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베리티의 드론은 물류 창고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베리티의 자율 비행 드론은 직원들이 퇴근한 밤에 선반 사이사이를 날아다니며 박스 개수를 세고, 상태를 확인하는 등 재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다음 날 출근한 직원들은 수집된 데이터를 보며 재고에 이상이 없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물류업에선 이미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베리티의 드론은 이케아, 덴마크의 물류 기업 DSV 등 글로벌 기업의 창고 200여 곳에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드론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드론 기술을 평가하자면.
“기술력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인상적이다. 다만 중국은 일부 도시에서 드론을 활용한 음식이나 물품 배달이 일상적인 풍경이 됐는데, 여기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이다. 드론 배달이 새로운 ‘틈새 시장’인 건 맞지만 경제적 이점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상 운송으로도 충분한 배송을 굳이 드론을 통해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더구나 카메라를 단 기계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상황을 반길 사람은 많지 않아 글로벌 확장도 어렵다는 생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중화는 ‘글쎄’
-최근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주목받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어떻게 평가하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주는 것과 이를 산업 현장에 투입해 수익을 내는 일은 다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얼마나 경제적인지,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한지가 문제다. 물론 언젠가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지루하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현대차의 로봇개도 춤추는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어떻게 보나.
“로봇개의 춤은 로봇의 ‘민첩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현대차의 로봇 기술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하지만 로봇개를 활용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결과적으로 인간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로봇은 인간이 원하지 않은 궂은일을 대신할 것이고, 인간은 보다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은 인간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