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벨 등산복을 차려 입은 등산객의 모습. /몽벨 홈페이지

‘몽벨 오지상’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을 온몸에 두른 아저씨를 뜻한다. 그런데 ‘노스페이스 오지상’이나 ‘파타고니아 오지상’이라는 표현은 쓰이지 않는다. 왜일까.

몽벨은 오사카에서 태어난 일본 토종 브랜드다. 품질 좋고, 가격도 적당해서, 가성비 좋은 등산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등산복에서 성공을 거두자 등산모와 등산화까지 사업을 다각화했고,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즉 등산모, 등산복, 등산화는 물론 등산용 배낭마저 몽벨로 통일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그런데 2012년 가을 ‘몽벨 아저씨의 비극’이란 글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친구 따라 산에 오른 한 남성이 몽벨 브랜드로 전신을 감싼 것이다. 초보자가 굳이 등산복에 과도한 투자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산행 중 뒤따라오던 여성 세 명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몽벨 입은 사람 많네.” “근데 브랜드가 좀 애매하지 않아?” “온몸이 몽벨이면 촌스럽지 않아?”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는 얼굴이 붉어져 모자를 눌러쓰고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고 한다. 이 일화가 퍼지면서 몽벨은 ‘높은 가성비’의 상징에서 ‘몰(沒)개성, 무(無)개성’의 표본으로 추락했다. 심지어 “‘몽벨 아저씨’더라도 아이템 하나쯤은 다른 브랜드로 섞어라” “가능하면 작은 소품일수록 좋고, 눈에 띄는 색을 선택하라”는 조언까지 나올 정도였다.

시간은 흘러 5년 뒤 변화가 시작됐다. 남성 패션지가 미니 크로스백을 소개하며 몽벨 제품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시기 밀폐된 공간을 피하려 야외 활동이 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회복세를 탔다. 2022년엔 패션 잡지 ‘멘즈 논노’가 도시에서 몽벨을 멋지게 입는 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제 몽벨은 더 이상 개성 없고 촌스러운 브랜드가 아니었다. 힙한 브랜드로 재탄생한 것이다. 한때 중장년층이 주눅 들어 입던 옷이, 이제는 MZ세대 패션 리더들이 자신 있게 코디하는 ‘힙한 브랜드’로 변신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맬컴 글래드웰의 책 ‘티핑 포인트’에 나온다. 1990년대 중반 연간 수만 켤레 팔리던 허시 퍼피(Hush Puppies)가 갑자기 수십만 켤레, 그다음 해에 백만 단위로 급증한 현상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뉴욕 이스트빌리지와 소호의 몇몇 트렌드세터가 빈티지 숍에서 이 신발을 신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입소문이 폭발해 급격히 수요가 늘어났다.

글래드웰은 히트 상품의 등장을 바이러스 확산에 비유한다. ①감염력이 강한 사람일수록 ②전염인자(상품·아이디어 등)가 강할수록 ③전염인자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될수록 파급력은 커진다. 특히 그는 ①번에서 ‘소수의 법칙(Law of the Few)’을 강조했다. 유행을 움직이는 건 언제나 소수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다. 커넥터(인맥이 넓은 사람), 메이븐(정보에 밝아 “이거 좋다”고 퍼뜨리는 사람), 세일즈맨(말과 에너지로 남을 설득하는 사람). 이 소수의 손에서 입소문이 불붙는다.

후줄근한 아저씨 이미지로 외면받던 몽벨은 잡지 편집인의 눈에 띄며 MZ세대가 사랑하는 브랜드로 부활했다. 허시 퍼피 역시 뉴욕의 트렌드세터에 의해 새 생명을 얻었다. 내 제품의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이 누구인지 주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헬리콥터에서 마케팅 비용을 무한정 살포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