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러클이 지난 9일 최근 분기 실적(지난 6~8월)을 발표하자, 다음 날 주가가 35.95% 폭등했다. 1992년 이후 33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었다. 장중 한때 43% 치솟은 주가는 345.82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미국 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던 오러클은, 오픈AI와 수백조원대 클라우드 계약까지 맺은 사실까지 전해지며 주가가 치솟았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창업주 래리 엘리슨. /연합뉴스

이 영향으로 시가총액도 9690억달러로 불어나면서, 오러클의 공동 창업자·회장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래리 엘리슨(81)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한때 세계 부호 1위에 올랐다.

그래픽=김의균

오러클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149억2600만달러(약 20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순이익은 29억27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당순이익(EPS)은 1.47달러로 같은 기간 6% 늘었다. 새프라 캐츠 CEO는 “1분기에 다른 고객사 세 곳과 각각 수십억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하면서 ‘RPO(이미 계약했지만 아직 이행되지 않은 매출)’가 359% 늘어난 4550억달러를 기록했다”며 “향후 몇 달 동안 추가로 수십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이며 RPO는 5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WEEKLY BIZ는 오러클이 인공지능(AI) 시대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부상한 배경을 다섯 문답으로 짚어봤다.

◇Q1. 오러클은 어떤 기업이었나

지금은 오러클이 클라우드(가상 서버)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었다. 엘리슨 회장이 1977년 세운 오러클은 기업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판매하는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었다. 특히 클라우드가 아닌,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의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판매에 집중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오러클은 이 시장의 60%를 장악하며, PC용 윈도를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맞먹는 위상을 누렸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아마존이나 MS, 구글 등 경쟁사들이 앞다퉈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오러클은 기존 온프레미스 사업을 고수했고, 빠르게 커지는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의 흐름을 놓쳤다. 이로 인해 2010년부터 10년에 걸친 장기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까지 3%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Q2. 어떻게 변신하기 시작했나

오러클은 2016년부터 변화를 모색했다. 그해 클라우드컴퓨팅 업체인 넷스위트 등 클라우드 관련 업체들을 인수하며, 후발 주자임에도 경쟁사가 선점한 클라우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오러클이 사업의 중심축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옮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때부터 오러클은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트래픽이 화상 회의 수요가 급증했을 때, ‘줌(Zoom)’이 오러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를 도입해 연결 장애를 해결했다. 2022년부터는 미국 내 1억명이 넘는 ‘틱톡’ 이용자 데이터 관리도 맡았다. 로이터 통신은 당시 애널리스트들이 이를 오러클의 주요 기술적 성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Q3. 오러클이 내세운 강점은

오러클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출발했지만, AI 전용 클라우드로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강자로 떠올랐다. 50년 가까이 데이터베이스 분야를 선도해 온 기술력이 AI 시대 경쟁력의 토대가 됐고, 엔비디아와 맺은 긴밀한 파트너십도 시너지를 했다. 이를 기반으로 오러클은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대규모로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엔비디아 최신 블랙웰 GPU 13만1072개를 탑재한 ‘OCI 수퍼클러스터’를 공개했다. 이 수퍼클러스터는 기업이 차세대 AI 모델을 훈련하거나 배포할 수 있는 초고성능 컴퓨팅 전용 인프라다. 또 오러클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해 향후 5년 동안 오픈AI에 3000억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를 공급하기로 한 계약도 보유한 기술력이 입증된 사례로 평가된다.

스코티아캐피털의 패트릭 콜빌 소프트웨어 애널리스트는 “오러클은 최고 수준 기술력과 충분한 자금, 엔비디아의 전폭적 지원에 더해 독립성까지 갖춰 AI 훈련과 추론에 대한 폭발적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고 평가했다.

◇Q4. 앞으로 사업 구상은

엘리슨 회장은 “아마존, 구글, MS 덕분에 멀티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매출이 1분기 1529% 증가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며 “앞으로도 멀티클라우드 매출은 분기마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AI 시장에서는 모델을 훈련하는 학습보다 실제 활용 단계인 추론 시장이 훨씬 커지고 있다”며 “오러클은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추론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오러클은 다음 달 ‘오러클 AI 데이터베이스’라는 새로운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민간 기업들이 내부 데이터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고도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러클은 고객사의 데이터를 벡터화(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변환)해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하고,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오픈AI의 챗GPT나 xAI의 그록 등 원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데이터에 손쉽게 접근·분석할 수 있다. 엘리슨 회장은 “이 서비스는 고객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AI 분석의 이점을 누릴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IT 지출은 전년 대비 7.9% 증가한 5조43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AI에 최적화된 서버 관련 인프라 투자가 급증해 기업들의 관련 지출이 이전보다 최대 세 배 수준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Q5. 81세의 회장은 왜 주목받나

엘리슨 회장은 25년 넘게 오러클의 지분 41%를 거의 그대로 유지해 왔다. 기업이 성장하며 투자 유치와 주식 매각 등으로 창업주들의 지분이 한 자릿수로 줄어드는 경우가 흔하지만, 그는 예외인 셈이다. 그는 2014년 CEO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오러클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주역이다. 1990년대 초 오러클이 수익성 악화와 분식 회계 등으로 위기를 겪을 당시 엘리슨 회장이 회사의 재건을 이끌었다. CEO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이사회 의장과 CTO직을 맡아 회사의 기술 전략과 비전을 이끌고 있다.

엘리슨 회장은 오랜 보수 성향 정치 후원자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며, 선거운동 기부와 자금 모금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왔다. 2020년에는 민주당 성향의 캘리포니아를 벗어나 텍사스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겼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에만 지지를 표명하는 다른 재계 인사들보다 엘리슨 회장을 더 신뢰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