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좋아하는 젊은 층은 도쿄 여행 계획을 짤 때 ‘골드짐 하라주쿠’를 일정의 첫머리에 넣기도 한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바쁜 일정을 쪼개 이곳을 찾는 것일까.
1965년은 보디빌딩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디빌딩 대회인 ‘미스터 올림피아’가 탄생했고, LA 샌타모니카 근처에서 조 골드가 운영하는 골드짐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운동하던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1970년부터 대회를 6연패했고, 1977년 그가 주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펌핑 아이언’이 히트하면서 이후 골드짐은 보디빌더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1995년 일본 최초의 골드짐이 도쿄에 문을 열었다. 창업자 데쓰카 에이지(手塚栄司)는 1986년부터 헬스클럽을 운영하며 바벨 등 운동 기구를 수입하던 사람이었다. 1990년대 중반 고객 설문에서 ‘골드짐을 일본에 들여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접하고 본사를 찾아가 일본 진출을 요청했다. 당시 골드짐 본사는 해외 진출 사례가 없었지만, 데쓰카의 거창한 청사진을 보고 프랜차이즈 계약을 허락했다. 기존 헬스장을 ‘골드짐’으로 재단장하면서 1호점이 탄생한 것이다.
‘골드짐 하라주쿠’는 2002년에 문을 연 일본 7호점이다. ‘젊은이의 거리 하라주쿠’ ‘24시간 운영’ ‘건물의 지하와 3·4층을 모두 활용하는 넓은 공간’이란 점이 소문을 타면서 헬스클럽 중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며 큰 창을 통해 북적이는 하라주쿠 대로를 내려다보는 즐거움은 달려본 사람만이 안다. 방문객 1회 이용 금액은 3960엔(약 3만7000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클럽 내 매장에서 ‘원데이 VIP 멤버십’ 태그가 붙은 상품을 구매하면 550엔에 입장할 수 있다.
굳이 운동이 목적이라면 다른 곳도 많다. 시부야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팁 크로스 시부야’는 비슷한 가격으로 수영장까지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 무인 헬스클럽 ‘초코잡’은 무료 체험도 제공한다. 하지만 굳이 골드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학자 조셉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공동 집필한 저서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에서 경제적 가치의 진화를 원자재, 제품, 서비스, 경험의 네 단계로 설명했다. 커피 원두가 수퍼마켓에서 파는 커피로, 이어 자판기나 일반 커피숍에서 파는 커피로, 다시 전문점에서 파는 커피로 진화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들은 많은 경제재가 ‘경험재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경험재의 핵심은 추억이다. 어떤 기억을 남길 것인가가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된다.
동네 뒷산을 올라가도 되지만 굳이 장비를 짊어지고 설악산을 찾는 것은 ‘설악산에 올라 멋진 풍경을 보았다’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다. 그래서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그냥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만 있는 운동 기구를 써 보고, 러닝머신 위에서 하라주쿠 거리를 내려다보며 달리고, 주변의 보디빌더들을 보면서 앞으로는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경험’을 위해 골드짐 하라주쿠를 찾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봐도 그렇다. 언제부턴가 ‘한강 라면’이 외국인 방한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라면을 먹으려는 게 아니다. 즉석 라면 조리기에서 직접 끓여보고, 한강 뷰를 바라보며 먹는 경험을 위해 찾는 것이다. 추억을 구매한다는 점에서 도쿄나 서울이나 다르지 않다.
우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고 있는가, 아니면 경험을 팔고 있는가. 아직 경험을 팔지 못하고 있다면 무엇을 더해야 경험재로 전환할 수 있을까. 내가 파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즐기며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릴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팔아야 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추억이다. 오직 내가 줄 수 있는 추억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