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행동경제학에선 투자자의 심리를 연구한다. 이 심리가 금융시장이나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반대의 질문을 던지는 연구자들이 있다. 시장의 등락이 투자자들의 심리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다.

2016년 재무금융 분야 최고 학술지인 저널오브파이낸스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1983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든 병원 입원 기록을 분석했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조셉 엥겔버그와 서던캘리포니아대 크리스 파슨스 교수의 공동 연구다.

논문에 따르면 주식시장이 하락한 날엔 불안·공황장애 등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입원 환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물론 주식시장은 그다음 날 반등할 수 있지만, 주가 하락에 대한 반응은 당일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미래의 소비 능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즉시 생겨 정신적·신체적 고통으로 이어진 것이다. 반대로 주가가 급등한 날 입원이 줄어드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일반 투자자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울리케 말멘디어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이 동일 학술지에 게재 예정인 논문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직면하는 압박이 실제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영하는 기업이 속한 산업의 주가가 2년 사이 30% 이상 떨어지는 ‘산업 위기’를 겪은 CEO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외모상 나이가 평균 1년 더 들어 보였고, 실제 기대수명도 약 1.2년 줄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 안면 인식 알고리즘을 활용해 CEO들의 얼굴 사진을 분석했는데, 이 방법론 자체가 눈길을 끈다.

오늘날의 투자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를 압박한다. 24시간 거래되는 가상 자산, 국내외 주식시장의 연장된 거래 시간,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소셜미디어 정보는 우리를 끊임없이 주식 거래 앱으로 이끈다. 종이 신문을 통해 하루에 한 번 전날 종가만 확인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매 순간 실시간 가격 변동에 노출돼 있다. 앞선 연구들이 경고하듯 시장의 충격은 우리의 정신과 육체에 실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때로는 시장을 외면할 수 있는 능력이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는 새로운 투자자 덕목이 될 수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는 “시세와 끊임없이 맞붙어 승리하려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워런 버핏 또한 “투자는 매일같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찾아왔을 때만 행동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두 거장의 메시지는 같다. 모든 순간에 반응하는 대신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은 늘 열려 있고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 시장의 모든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때로는 잠시 물러나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투자 전략일 수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오래된 격언은 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김준목 경제 칼럼니스트(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배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