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몰라 아다모레쿤 레드랍스터 최고경영자. /레드랍스터

비욘세의 2016년 싱글 음반 ‘포메이션’에는 특별한 날 찾는 해산물 레스토랑의 대명사로 ‘레드랍스터’가 등장한다. 1968년 플로리다에서 문을 연 레드랍스터는 미국 최대 해산물 레스토랑 체인으로 성장했지만, 지난해 5월 파산 보호를 신청해 경영난을 공식화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매장 방문객이 줄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부담이 겹쳤다. 결정타는 2023년 5월에 내놓은 새우 무한 리필 메뉴 ‘얼티밋 엔들리스 슈림프(Ultimate Endless Shrimp)’였다. 비싼 새우 요리를 20달러(약 2만8000원)에 무제한 제공했다가 1100만달러 손실을 떠안았다. 한때 전 세계 매장 700여 곳을 운영하며 미국 내 매출 순위 24위에 올랐던 레드랍스터의 파산 소식은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미 최대 해산물 식당 '레드랍스터'의 외부 모습. /레드랍스터

그러던 레드랍스터가 재기하고 있다. 지난해 35세 나이로 취임한 다몰라 아다몰레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메뉴를 전면 개편하고 서비스 품질을 강화해 고객 반응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레드랍스터가 새 메뉴를 출시한 주(週)에는 주간 매출이 80% 넘게 뛰었고,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40% 늘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WEEKLY BIZ는 벼랑 끝에 내몰렸던 레드랍스터가 어떻게 반등 발판을 마련했는지 짚어봤다.

◇문화·정체성을 활용한 리브랜딩

레드랍스터는 부실 경영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CEO부터 교체했다. 새 수장은 미 아시아 레스토랑 피에프창(P.F. Chang) 출신 다몰라 아다몰레쿤이다. 그는 코로나 시기 포장 서비스 강화로 매출을 30% 이상 끌어올린 경험과,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이처럼 리더십부터 바꾼 건 이전 경영진의 잇따른 실책에서 비롯됐다. 일례로 2022년 CEO로 임명된 폴 케니는 레드랍스터가 새우 공급 업체 두 곳과 맺고 있던 계약을 끊고, 레드랍스터 최대 주주인 타이유니언의 새우를 비싼 가격으로 공급받기 시작했다. 이후 메뉴는 새우 중심으로 재편되고, 한정 이벤트였던 이른바 ‘새우 무한 리필’도 이듬해 20달러짜리 상시 메뉴로 전환됐다. 매출 악화 우려가 내부에서 잇따라 제기됐지만 경영진은 외면했다. 레드랍스터는 결국 지난해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실적이 부진한 매장 100여 곳을 폐점하는 구조 조정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아다몰레쿤 CEO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향후 6000만달러 이상을 투입해 매장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자신의 문화·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워 레드랍스터 리브랜딩에 나서고 있다. 누적 다운로드 10억회를 넘긴 유명 힙합 라디오 쇼이자 팟캐스트인 ‘브렉퍼스트 클럽’에 출연한 게 대표적 예다.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인 그는 이 팟캐스트에 출연, 유년 시절 레드랍스터를 찾은 개인적 경험을 수백만 흑인 청취자에게 알렸다. 이런 전략은 1960년대 흑인 차별이 남아있던 시절, 레드랍스터가 흑인 고객을 받아들이고 흑인 직원을 채용한 역사적 자산과 맞닿아 있다. 아다몰레쿤 CEO는 다른 인종의 경영자들이 간과할 수 있는 흑인 고객 연결 고리를 강점으로 활용했다고 포브스는 평가했다.

◇메뉴 혁신과 화제성 창출

레드랍스터는 여름철 행사인 ‘크랩페스트’를 지난 6월 재개하며, 미 남부식 해산물 요리인 ‘시푸드 보일(Seafood Boils)’을 비롯해 새 메뉴 6가지를 출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레드랍스터가 이 메뉴를 출시하자 주간 매출은 80%나 올랐다. 시푸드 보일은 테이블에 익힌 해산물을 부어 먹는 방식으로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크게 주목받아 틱톡에서 ‘#seafoodboil’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영상이 34만여 건 올라왔을 정도다.

이처럼 아다몰레쿤 CEO는 취임 후 메뉴 개편에 집중했다. 그는 랍스터 파파르델레 파스타, 베이컨 관자 말이 구이 같은 상시 메뉴를 새로 선보였다. 과거 인기 메뉴도 되살렸다. 허시퍼피(튀긴 옥수수 반죽 도넛류)와 팝콘 슈림프(새우 튀김)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에는 오후 3~6시에 5달러 음료와 2달러 할인 애피타이저를 제공했고, 일부 매장에서는 새우를 주재료로 한 세 가지 코스 요리 ‘슈림프 센세이션’을 19.99달러에 선보였다. 아다몰레쿤 CEO는 “핵심 가성비 메뉴를 고객들에게 상시 제공하는 건 여전히 중요하다”고 했다.

◇고객 만족도, 브랜드 경험 개선

아다몰레쿤 CEO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를 강화해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또 온라인 리뷰를 모니터링하며 고객 반응도 체크한다. 그는 블룸버그에 “직원들이 손님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도록 교육한 것이 주효했다”며 “손님이 들어오면 입구에서 웃으며 맞이하고, (손님이) 화장실을 찾으면 손짓으로만 가리키지 않고 직접 안내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레드랍스터의 온라인 리뷰에선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넘어섰고, 전체 평점 역시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했다.

매장 리모델링을 통해 브랜드 경험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아다몰레쿤 CEO는 남아 있는 매장 545곳을 활기차고 따뜻하며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꾸려고 대대적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매장당 50만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공사는 4~5년이 걸린다. 공사가 끝나는 첫 매장이 향후 6개월 내 애틀랜타에 문을 열 예정이다. 그는 “젊은 고객일수록 매장 분위기와 외관을 중시한다”며 “그들이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